막중한 임무 앞두고 말 아껴
반기문ㆍ최태원ㆍ정의선 등도 조문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 이틀째인 21일 그룹 부회장단이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새롭게 닻을 올릴 ‘구광모 호(號)’ 체제 확립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는 이들은 책임감만큼 굳은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이날 오후 버스로 장례식장에 함께 도착한 조성진(62) LG전자 부회장, 박진수(66) LG화학 부회장, 한상범(63)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61)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65)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이 차례로 식장으로 들어갔다. 하현회(62) ㈜LG 부회장은 전날부터 빈소를 지키고 있다.
1시간 가량 빈소에 머물렀던 차석용 부회장은 먹먹한 표정으로 “황망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성진ㆍ박진수ㆍ권영수 부회장도 조문을 마친 후 나왔지만 “할 말이 없다” 등 짧은 답변만 남긴 채 말을 아꼈다. 부회장들과 함께 조문한 조준호 LG인화원장,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대표(사장) 등 사장단도 고인을 추모한 뒤 조용히 떠났다. 부회장단 중 가장 오래 머물렀던 한상범 부회장은 “정말 존경하는 분이자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큰 분이셨기 때문에 (부회장들끼리) 앞으로 잘하자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총 7인의 LG그룹 부회장 중 오너 일가인 구본준 ㈜LG 부회장을 제외한 6인은 오랜 기간 핵심 사업 부문을 이끌어 온 전문경영인들이다. 이들은 구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는 과정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6인이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면서 구 상무가 그리는 그룹 전반의 신사업, 투자 등 큰 그림에 보조를 맞출 전망이다.
한편 이날 LG 임원단 조문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고인과 인연이 깊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셨던 모범적 경영인”이라고 회상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도 방문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정기선 부사장이, 효성그룹에선 조현준 회장과 동생 조현상 사장이 다녀갔으며,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부부 등 밤 늦은 시간까지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발인은 22일 오전 8시 30분에 진행된다. 당초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지만 경제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추모가 이어짐에 따라 유족들은 운구 과정 등 일부를 공개하기로 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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