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허’ 낸 권주리애씨
김복동 할머니 등 5명 인터뷰
"벌써(통장) 바닥났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천만 원이 암 것도 아니지만, 내는 나라에서 나온 생활보조금을 애껴모은거라. 원래 내가 불쌍한 사람을 보면 못 견뎌. 후세에 나같은 전시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비 기금을 만들었지.”
전기작가인 북코리아 권주리애 대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김복동씨를 인터뷰해 ‘리멤버 허(Remember Her)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시리즈 1권 ‘김복동’편에 담은 내용 가운데 일부다. ‘리멤버 허’는 김 할머니 외에도 이옥선, 이용수, 강일출, 길원옥 할머니 등 피해자 총 5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자료와 증언집 등을 참고해 5권으로 출간했다.
책의 절반 정도는 할머니들의 사진으로 구성돼있으며, 당시 피해에 대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소에 처음 끌려갔을 때를 회상하며 "평일에는 15명쯤, 토ㆍ일요일에는 셀 수가 없다. 너무 많아서, 한 50명쯤 됐을기라. 씻을 시간도 없이 그렇게 찢기고 패이고, 살점 뜯겨진 채 짐승만도 못한 삶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 증언 당시를 떠올리며 “증언이 끝나자 일본 기자들 쪽에서도 한숨과 탄식 소리가 들렸어”라며 “내가 한 일 중에서 최고로 잘한 일이라 생각했지"라고 했다. 이 할머니의 미국 청문회 증언 이야기는 지난해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책들의 제목은 5명의 할머니들의 쓴 손 글씨로 만들어졌다. 권주리애 대표는 “‘미투의 효시’인 1991년 김학순 할머니 증언을 기억하고 그 뒤를 잇기 위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의 귀중한 삶의 기록인 자전적 에세이를 펴내게 됐다”며 “초야에 홀로 또는 가족과 함께 거주하시는 생존자들의 책도 펴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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