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부담금 충격… 은마 2억 낮춰도 안팔려
강남 재건축 꽁꽁, 관망세 뚜렷
서울 재건축 아파트 4주째 하락
“신규 공급 주요 통로 막히면
4, 5년 뒤 집값 급등” 우려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부활 후 첫 부과 대상지인 반포현대아파트 부담금 예정액이 1인당 평균 1억3,500만원도 웃돌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에 이어 보유세 강화 논의, 재건축 부담금 충격까지 더해지며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내리막길로 들어선 것 아니냔 분석도 없잖다. 그러나 서울 신규주택 공급의 주요 통로가 사라질 경우 4,5년 뒤 또 다시 집값 급등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최근 14억4,000만∼15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연초 호가가 최고 16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억원 가량 떨어진 것인데도 사실상 거래는 실종된 상태다. 재건축이 언제 될지 알 수 없고 재건축 부담금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며 관망세가 뚜렷하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연초 최고가에서 1억원 가량 떨어진 매물들이 일부 소진된 후 매수 문의가 없다. 잠실역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조합에서는 3억원 안팎의 부담금을 예상하고 있지만 반포현대 같이 소규모 단지도 1억3,500만원 넘게 나온 상황이다 보니 다들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거나 통과해 재건축 부담금에서 벗어난 단지들도 매수세가 없긴 마찬가지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 지위 양도가 금지돼 거래 가능한 매물 자체가 적다.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와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거래가 거의 없다.
서울 서초구 경남3차 아파트도 호가가 연초 대비 1억원 이상 떨어졌지만 매수자가 거의 없다.
시장에선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달 말부터 4주 연속 하락세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정부의 규제 정책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집중되고 있는 데다 보유세도 강화될 예정이라 투자 수요가 많이 위축돼 있다”며 “한동안 약세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주택 시장에 신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언제든지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강남 재건축 시장을 강하게 막아놓으면서 공급 억제를 시켜놨기 때문에 오히려 강남의 희소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며 “들어가려는 사람은 많은데 나오는 매물이 적으면 3,4년 후 또 한 번 급등이 올 수 있는 만큼 공급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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