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첫 여군 군종법사 홍순영 대위
매일 초소 돌며 우유 전하고 격려
경남 사천의 공군 제3훈련비행단(3훈비)에는 ‘우유법사님’로 통하는 스님이 있다. 우유를 나눠줘서 붙여진 이름으로, 공군 최초의 여군 군종법사인 홍순영(34) 대위(진급예정)다. 법명은 ‘자원(慈圓)스님’이다.
21일 공군에 따르면 홍 대위는 경북 칠곡에서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다. 특별한 계기 없이 고등학교 3학년때 스님의 추천으로 100일 기도를 한 게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때 “스님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출가한 자원스님은 동학사와 해인사에서 7년간 수행한 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군종법사를 지원했다. 자신이 닦은 공덕을 다른 사람들과 돌리는 ‘회향(廻向)’을 실천하려는 마음에서였다.
학생조종사들이 복무하고 있는 3훈비로 전입한 뒤 자원스님은 매주 수요일 저녁 이들을 위한 법회를 열고 있다. 부처님의 법문을 전하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조종사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이 무사히 공군조종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식적인 법회 시간 이외에도 수시로 장병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면담중 자살을 생각하던 병사를 발견하고, 상담을 통해 그의 마음을 되돌려 사고를 막아내기도 했다.
자원스님은 매일 아침과 저녁 비행단초소를 찾아 다니며 소통하는 일상에서 보람을 찾는다. 초병들에게 우유를 전해주고 잠시나마 근무로 인한 피로를 잊게 해주기 위해서다. 자원스님은 “출가후 공부를 열심히 하면 깨달을 수 있을줄 알았는데 아직 부처님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장병들의 어려움을 함께하는 군종법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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