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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댓글을 이용자의 시각에서도 바라보자

입력
2018.05.21 14:3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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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댓글이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치적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돌던 몇 해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지난 4월의 드루킹 사건은 정치적 이해와 맞물려 언론을 통해 연일 크게 다루는 사건이 되었기에 댓글, 조작, 매크로 같은 단어들이 일반인의 머릿속에서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연상되고 있다. 평소에 아무런 의식 없이 온라인상에서 뉴스를 접하고 나서 댓글을 읽거나, 댓글에 대하여 ‘좋아요’를 눌러왔던 우리들은 당황스럽다. ‘내가 이렇게 거짓투성이인 댓글에 노출되고 이용당하고 있었나’하는 자괴감이 들 뿐이다.

댓글이 이렇게 조작될 수 있다는 점에 놀라고 분개하면서, 댓글은 규제해야 하며, 심지어 댓글 창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또 댓글 조작에 대한 공방이 격렬해지면서 그 책임이 댓글 이용자보다는 서비스 제공자인 온라인 플랫폼에 쏠리고 있는 듯하다. 우리들의 행동이 특정의 동기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단순히 플랫폼이나 댓글 창에 대한 규제나 혹은 이용자 통제라는 접근법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해결은 아니다. 댓글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고자 하고 있으며, 실제로 무엇을 충족하고 무엇을 잃고 있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댓글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댓글이 갖는 고유의 기능이나 긍정적인 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댓글의 신뢰성은 의심해도 댓글의 기능적 가치나 유용성은 의심하지 말자. 댓글은 우리에게 내가 아닌,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을 볼 수 있게 하는 사회의 창이 되고 있으며, 그러한 필요를 느끼고 있는 이용자들에게 유익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댓글을 무작정 믿지 못하는 사람은 오히려 댓글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으며, 그들은 오직 기사나 뉴스를 보는 것으로 충분한 사람들일 것이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일수록 ‘댓글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을까’를 더 걱정할 수도 있다. 이들만이 온라인 세상의 주인은 아니다. 댓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댓글의 진위를 분별할 수 있다고 자신을 믿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스의 발전과 확산으로 인해, 우리는 정말로 많은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서 얻고 있다. 온라인 정보 생태계의 특성상, 그 모든 정보에 대한 게이트 키퍼가 존재하기 쉽지 않고,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하기도 어렵다. 누구나가 정보를 생성할 수 있는 온라인 생태계에서 정보의 신뢰성과 가치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요구와 책무가 이용자 각자에게 주어져 있다. 온라인 정보 생성 및 접근의 용이성은 정보의 신빙성을 전제하지는 않으며, 어떤 정보가 믿을만한가, 어떤 정보가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용자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설령 정보의 가치판단이 어렵다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가 많다고 해서, 규제를 통해서 혹은 이용자 통제를 통해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막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들 스스로가 지혜를 모아서 가치 있는 정보가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 책임을 스스로 가지면서, 건강한 댓글 문화가 정착되도록 온라인 시민운동이라도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휘 한국심리학회 회장ㆍ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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