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급속하게 냉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교류 키를 직접 쥐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주요 단체인 6ㆍ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이 추진하던 북측 인사와의 만남이 줄줄이 무산된 배경이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22일 “정부가 ‘남북 당국이 먼저 합의를 한 뒤 민간 교류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침을 최근 정하고, 남북 교류ㆍ협력 관련 민간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했다”며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때 민이 주도하고 관이 서포트(지원)하는 선민후관(先民後官) 기조였다면 이제는 선관후민(先官後民)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러한 원칙을 세운 배경에는 올해 초를 기점으로 어렵게 마련한 대화 분위기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어가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급하게 민간 교류를 허용했다가 정부와 불협화음을 내는 불상사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민간 교류는 당분간 보류하자고 요구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북한 인사는 남한 민간단체 관계자와 만남을 추진하다가 입장을 바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보고 움직이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판문점선언 이후 시동을 걸던 민간 교류는 올 스톱됐다. 남측위는 23~26일 평양에서 남ㆍ북ㆍ해외위원장 회의를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민화협도 이달 중순 중국에서 북한 고위 당국자와 만나 항일 독립운동사 공동연구 관련 협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연기했다. 두 단체 모두 일단 회동 시점을 연기해 다시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간단체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명박ㆍ박근혜 보수 정권을 거치며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이어 놓은 만큼, 정부가 먼저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게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사업 지속성 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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