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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유럽 그릇엔 왜 꽃 그림이 많을까

입력
2018.05.23 09: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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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자기 여행의 저자 조용준씨. 주간동아 편집장 출신으로 2011년부터 유럽 각지와 일본을 돌며 도자기를 공부했다. 도도 제공
유럽 도자기 여행의 저자 조용준씨. 주간동아 편집장 출신으로 2011년부터 유럽 각지와 일본을 돌며 도자기를 공부했다. 도도 제공

“유럽 그릇엔 왜 꽃이 그려진 게 많을까요. 제국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절 유럽 국가들이 국력을 뽐내는 수단으로 발달한 것 중 하나가 식물도감이에요. 국력을 과시함으로써 권위를 세우고 그걸 식민지에 전파하려는 전략이었죠. 그 이념이 그릇에도 반영이 된 셈입니다.”

‘유럽 도자기 여행’(도도 발행)의 저자 조용준씨는 2011년부터 도자기를 테마로 동유럽, 북유럽, 서유럽을 차례로 순방한 도자기 마니아다. 시사저널, 동아일보를 거쳐 주간동아 편집장을 지낸 그는 최근에는 일본을 방문해 일본 도자기에 관한 책도 2권을 냈다. 그가 말하는 유럽 도자기의 지역별 특성은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도자기에도 ‘테루아르(와인, 커피의 특성을 결정 짓는 제반 자연환경)’가 있다. 그만큼 기후나 토양 등 자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소리다. “서유럽은 유럽 도자기 중 가장 화려해요. 뜨거운 태양과 맑은 날씨 덕에 그릇도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묘사가 특징적입니다. 영국의 경우 흐린 날씨 때문에 특유의 근엄하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있죠.”

반면 태양을 볼일이 많지 않은 북유럽에선 심플하면서 실용적인 스타일이 발달했다. 국내 젊은층에게 북유럽 디자인이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다. 동유럽은 “굳이 비교하자면 영국과 프랑스의 중간쯤”이다. “문양이 매우 현란하면서도 한편으로 엄격한 절제미가 느껴지는 것이 동유럽 도자기의 특징입니다.”

조용준씨가 펴낸 책들
조용준씨가 펴낸 책들

유럽의 도기 문명은 페니키아(지중해 동안으로 현재의 레바논, 시리아 지역)에서 시작돼 이슬람을 거쳐 이베리아 반도로, 여기서 유럽 전역으로 퍼지며 복잡하게 발전해왔다. 이제 막 그릇에 입문하는 자들을 위해 조씨는 각 지역별로 먼저 알아두면 좋을 도자기 브랜드를 추천했다.

먼저 동유럽 쪽에서는 헝가리의 헤렌드다. 영국 웨지우드, 덴마크의 로얄 코펜하겐, 독일 마이센과 함께 세계 4대 도자기로 꼽히는 브랜드다. “오스트리아가 헝가리를 지배했을 당시 도자기 제조를 금지시켰습니다. 헝가리가 다시 도자기를 시작한 1826년엔 이미 독일 마이센보다 116년이나 뒤처져 있었죠. 4대 도자기 반열에 오르기까지 헤렌드가 쏟은 치열한 노력은 많은 이들에게 교훈을 줄 거라 생각합니다.”

서유럽 쪽에서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지노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브랜드로, 2013년 패션 브랜드 구찌가 인수했다. 위대한 조각가들의 중심지였던 피렌체에서 탄생한 지노리는 도자기 마니아들 사이에서 ‘평가절하된’ 브랜드로 가장 많이 언급된다. 조씨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브랜드”로 꼽았다.

북유럽 쪽에선 스웨덴의 구스타프베리를 알고 가야 한다. 천재 디자이너 스티그 린드베리 때문이다. 1982년 작고한 뒤에도 그의 디자인은 팬들의 요청으로 수 차례 재생산 되었고 구스타프베리는 덕분에 몇 번이나 파산 위기를 넘겼다. “린드베리는 심플하면서 조형적인 미학이 있는 그릇을 매우 많이 디자인했습니다.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구스타프베리를 추천합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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