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매치메이커스’
데이비드 에반스ㆍ리처드 슈말렌지 지음ㆍ이진원 옮김
더퀘스트 발행ㆍ344쪽ㆍ1만7,500원
▦추천사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고 이어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연결성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플랫폼 산업의 핵심 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알리바바, 페이스북, 에어비앤비와 같은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의 경영사례와 전략을 자세히 설명해 우리 기업과 사회에 깊은 통찰력을 전하고 있습니다.
‘결혼 중매인’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 매치메이커(matchmaker)는 이 책에서 ‘다면(多面)플랫폼 사업자’를 일컫는 단어로 쓰인다. 다면플랫폼은 ‘둘 이상의 고객 집단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상 또는 현실의 기반’으로 정의된다. 거창하거나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다수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한데 모여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은 다면플랫폼의 본질적인 형태이고, 그런 점에서 매치메이커는 양측을 ‘매칭’하는 시장 운영자에 다름 아니다. 플랫폼 기업 전문가인 두 저자의 지적대로 매치메이커들은 인류의 태동과 함께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 있어 오늘날이야말로 매치메이커가 성공을 꿈꿀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라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시장 운영자란 그곳에 모여든 고객들이 서로 필요로 하는 바를 쉽게 채워줄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마찰’을 줄여줘야 하는데, 이에 딱 맞는 신기술이 즐비한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터보차징’(turbochargingㆍ고출력 엔진 기관)에 비유한 여섯 가지 기술은 ▦반도체 ▦인터넷 ▦월드와이드웹 ▦광대역 연결 ▦프로그래밍 언어 및 운영체제 ▦클라우드다. 이들 기술을 바탕으로 형성된 초연결 사회는 상생이 가능한 고객 집단에게 ‘연결성’과 ‘접근권’을 팔 수 있는, 그야말로 ‘매치메이커 전성시대’를 열었다. 알리바바,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 애플, 구글, 텐센트 등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글로벌 매치메이커의 대표적 사례다.
물론 환경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책은 매치메이커가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전략을 제시한다. 선결 과제는 플랫폼의 자생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고객 규모, 즉 임계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유튜브와 다른 경쟁 동영상 공유 사이트들의 존망을 가른 것도 투자자와 고객이 인내할 수 있는 시간 안에 임계량을 확보했는지 여부였다. 가격 책정도 중요한 문제다. 구매자만 상대하는 ‘단면 기업’이라면 수요와 공급만 따져 상품 가격을 매길 수 있지만, 여러 고객 집단을 상대하는 ‘다면 기업’은 양편에 ‘상대적’ 가격을 매겨 플랫폼 가치와 회사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 한 편에 마이너스 가격, 즉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의 가격 책정도 가능한 것이 다면플랫폼의 특징이다. 함께 가치와 이익을 창조해낼 수 있는 생태계 육성(애플ㆍ구글의 앱스토어 개설이 대표적 사례), 불량 참여자 관리를 통한 신뢰 구축도 매치메이커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경영 전략이다.
저자들이 공들여 설명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애플의 모바일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명암은 매치메이커의 성공(실패) 조건을 보여주는 생생한 실례다. 양자의 성패를 가른 것은 다면플랫폼을 통해 해소할 ‘마찰’이 존재하는지 여부였다. 알리바바는 유통 채널의 대도시 편중,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뢰 부족이라는 중국 유통시장의 마찰 요인을 기업 간(B2B), 기업-소비자 간(B2C) 시장 결합, 안심결제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반면 애플페이는 세련된 기술과 간편함에도 시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신용카드로 몇 초면 결제할 수 있는 미국인들이 굳이 물건값을 치르려 아이폰을 꺼내 들 이유가 없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마찰’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 매치메이커의 기본이고 여기에 성공의 비결이 숨어있다는 얘기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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