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밴드3’ 출신 아시안체어샷
록의 매력 알리려 11월 콘서트
2015년 KBS2 오디션프로그램 ‘TOP밴드 3’ 우승의 스포트라이트는 얼마 가지 않았다. 찾는 사람도, 설 무대도 없는 지지부진한 활동이 이어졌다. 다음해 드러머 박계완(39)이 탈퇴했다. 세간에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변화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새 드러머 이용진(35)을 영입한 록밴드 아시안체어샷은 강원 평창군에 있는 지인의 작업실에서 합숙에 들어갔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8㎞나 떨어져 있는, 외딴 곳에서 2년간 곡을 썼다. 그렇게 만들어진 2집 정규앨범 ‘이그나이트’에는 무기력한 청춘의 모습이 녹아있다. 18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연습실에서 만난 보컬 황영원(35)은 “타이틀곡 ‘빙글뱅글’은 청춘들이 꿈도, 사랑도 포기한 채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며 “세상사에 맞춰 춤추는, 수동적인 우리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희망을 얘기한다. ‘점화하다’는 뜻의 앨범 명에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다시 불씨를 지펴주자”는 의미를 담았다. 기타리스트 손희남(36)은 “록 음악도 충분히 멋있을 수 있는데, 세상엔 잘 안 보여진다”며 “이 앨범이 사람들을 일깨우는 불씨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2011년 결성된 아시안체어샷은 사이키델릭 록 음악에 한국의 정서를 입혀 개성이 더 두드러진다. ‘TOP밴드 3’ 결승곡 ‘타박네야’, 아리랑을 재해석한 ‘넘어간다’, 토속신앙 ‘굿’에서 영감을 얻은 ‘산, 새 그리고 나’ 등 토속적이고도 심오한 음악을 발표해왔다.
의도한 실험은 아니다.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했는데, 실험적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이용진은 “학교 다닐 때 민속악기로 장단 배우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누구에게나 한국적인 정서가 있다”고 말했다. 손희남은 “너무 토속적 정서를 따르면 촌스러워질 수도, 너무 록 기반을 따르면 우리 색을 잃을 수도 있다”며 “접점을 찾는 노력을 한다”고 거들었다.
록 음악의 쇠락을 요즘 부쩍 체감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용진은 “20대 초반 친구들이 관심이 없어도 록을 알긴 알았는데, 지금은 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황영원은 “우리나라는 비주류로 인식되면 좋아한다 말하기 힘들어진다”며 “(록을 좋아하는 이들이) 남 눈치 안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월 단독 콘서트를 준비 중인 이들은 올해 이루고 싶은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다양한 무대에 서는 것이다. “힙합, EDM, 록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모두 뭉치는 파티를 열면 어떨까요? 다른 문화에 익숙한 친구들에게도 록 음악의 ‘힙(Hip·개성 있는)’한 감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가 제일 신나게 놀 자신 있습니다.”(이용진)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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