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씨, 명예훼손으로 고소
극우보수 논객 지만원씨가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한 ‘제 73광수’는 헬기사격을 목격한 시민군인 것으로 밝혀졌다. 극우인사들이 제기한 북한군 개입설의 허구가 또 한번 밝혀진 셈이다.
5ㆍ18기념문화센터 임종수 소장은 20일 전날 오후 광주 금호동 성당 신자 4명과 함께 센터를 찾은 지용(76)씨가 “자신이 지만원 책자에 나오는 ‘제 73 광수’라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지 씨는 1980년 5ㆍ18 민주항쟁에서 시민군으로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38년 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왔지만 이틀 전 딸이 보내온 카톡 내용 때문에 당시의 기억을 되살렸다. 딸은 카톡에서 지만원씨가 ‘제 75광수 리선권’으로 지목한 5ㆍ18사진 속에 함께 있던 ‘제 73 광수’가 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과 똑같다는 것을 알아보고 이를 알려왔다. 카톡을 받아 본 지 씨는 임 소장을 찾아 “사진 속 인물이 나”라고 알렸다.
지 씨는 사실 5ㆍ18 때 공수부대원들의 만행을 보면서 울분을 잡지 못해 광주항쟁에 참여한 시민군 출신이다. 전남도청 진압작전 전날인 26일 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에 왔다가 화를 면한 지 씨는 지명수배 1호로 수배되자 같은 달 29일 합수부에 자수했다. 지 씨는 이후 38년 동안 유공자 신청도 하지 않고 5ㆍ18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사업에만 몰두했다.
지 씨는 “도청집단 발포가 있던 21일 이후 22일이나 23일쯤 낮에 헬기 기총사격도 있었다. 집 근처에 있는 불로동 다리를 지나던 중 헬기가 도청 전일빌딩을 향해 수 십발의 총을 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 씨는 “23일 5ㆍ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만원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5월 경험담을 밝힐 계획”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5ㆍ18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만원씨로부터 북한군 ‘광수’로 지목된 사람 중 20여명이 사진 속 인물이 본인임을 증명했고 14명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재판 중이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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