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 여종업원 공식 송환 요구까지
南 압박 통한 미국 설득용이라면 오산
중재 원하면 정상채널 통해야 정상국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로드맵 조율을 위한 정상회담을 한다. 정상회담은 이례적으로 참모 배석 없이 두 정상 간 단독회담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북한이 돌연한 공세로 한미를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북미 가교 역할을 맡은 문 대통령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북한은 연일 대남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북미 정상회담 재고’ 카드로 위협했던 북한은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를 동원, 2016년 중국 식당에서 집단 탈출한 북한 여종업원들의 기획탈북 의혹을 거론하며 “(여종업원들을) 지체 없이 돌려보내 북남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23~25일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우리측 기자단 명단 접수도 거부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북한 특유의 남남 갈등 노림수나 트집 잡기, 벼랑 끝 전술이라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이 대남 공세에 핵심 또는 공식 기관은 동원하진 않은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최희철 외무성 부상이 일부 동남아 국가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국면은 깨지 않고 유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북한이 직접 대화 상대인 미국보다 한국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공세는 다분히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측면이 강하다. 즉,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대북 강경 입장을 완화시켜 달라는 주문이자,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복안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 의중이 무엇이든 북한이 우리를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전달하겠지만, 어떤 경우든 한미동맹의 원칙을 벗어나거나 훼손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강경 입장을 완화시켜 달라는 메시지라면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통한 대화나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인’ 외교라는 것을 북한 측은 알아야 한다.
청와대는 “북미와 남북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앞으로도 수많은 고비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 처음 맞은 큰 고비를 성심을 다해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남북관계를 발판으로 북미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지금껏 판 자체를 주도해온 만큼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북한이 강경 모드로 돌아선 만큼 복잡한 미중 갈등 구도까지 염두에 두면서 막판까지 중재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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