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공석인 주한 미국대사에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부(PACOM) 사령관을 공식 지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해리스 지명자는 북한과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지닌 인물이다. 백악관은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등을 감안해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 등 남아 있는 임명 절차를 최대한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해리스 지명자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폭넓은 지식과 리더십, 지정학적 전문지식을 갖춘 아주 뛰어나고 전투력이 입증된 해군 장성”이라며 “지난 40년 동안 모든 전투 지역에서 복무했다”고 소개했다.
해리스 지명자가 주한 미국 대사 자리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해리스 지명자를 호주대사에 지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국무장관 내정자 신분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주한 미국대사 자리를 오래 비워 둘 수 없다며 해리스 지명자를 주한미국 대사 자리로 이동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상원 인준청문회를 목전에 둔 그는 주한 미국대사로 재지명됐다. 현재 주한 미국대사는 마크 리퍼트 전 대사의 이임 이후 17개월째 공석으로, 마크 내퍼 대사대리가 임무를 대행하고 있다.
해리스 지명자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3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보유를 통한 한반도 적화 통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그는 승리의 춤을 출 것으로 믿는다”며 “우리가 한국, 일본과 동맹을 파기한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결과에 대해 너무 낙관적일 순 없다. 북한은 여전히 (동아시아) 지역의 가장 긴급한 안보 위협”이라고도 했다. 또 하원 청문회에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해 ‘매력공세’라고 지적하며 “한미는 북한에 매료될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실에 근거해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자세를 취해 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중국의 패권 확장 견제를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실질적으로 지휘했고, 남중국해 영토분쟁 문제와 관련해 ‘규범’에 근거한 아시아태평양 질서에 도전하는 중대 요인이라는 인식을 드러냈었다.
해리스 지명자는 1956년 일본 요코스카에서 주일미군 해군 중위였던 아버지(해리 해리스 시니어) 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남부 테네시주와 플로리다주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1978년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해군 비행장교로 임관했다. 정찰기 조종사를 시작으로 전술장교, 해군 참모차장, 태평양함대사령관 등을 거쳐 2015년 주한 미군사령부를 휘하에 둔 태평양사령관에 취임했다. 일본과 바레인, 이탈리아 등에서 풍부한 해외 근무 경험을 쌓은 것은 물론, 행정학(미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과 국제정치학(영국 옥스퍼드대), 안보학(미 조지타운대) 등의 석사학위도 갖고 있어 군사와 정치외교에 두루 정통하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해군 항해사로 한국전에 참전한 그의 부친은 1953년 정전 협정 체결 후에도 약 2년간 한국에 머무르며 미 해군 군사고문단 일원으로 활동했다. 해리스 지명자는 2016년 인터뷰에서 “부친은 늘 내게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다”며 “어릴 때부터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한 감사함을 배웠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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