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를 또다시 총기 참사의 충격 속에 빠트린 텍사스 주 산타페 고교 총격 사건 용의자 디미트리오스 파구어티스(17)는 전쟁 시뮬레이션게임이나 총기류에 관심이 있었지만, 총격이나 살인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한 적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미 언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파구어티스는 이날 오전 7시 45분께 휴스턴에서 남동쪽으로 50㎞ 떨어진 소도시 산타페에 있는 산타페 고교에서 자신의 아버지 소유인 엽총과 38구경 리볼버(회전식연발권총)를 마구 쏘아 학생과 교사 등 모두 10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붙잡혔다.
그는 복수의 일급살인 등 혐의가 적용돼 보석 불가 조건으로 구금됐다.
사망자 가운데 9명은 학생이고 한 명은 교사다.
부상자는 10여 명이며, 일부는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사건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범행을 저지를 것인지 알 만한 전조가 전혀 없었다"면서 "플로리다 고교 총격 사건이나 텍사스 서덜랜드 스프링스 교회 사건은 사전에 알 수 있는 경고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파구어티스의 소셜미디어(페이스북)에는 살인을 암시하는 '본 투 킬(Born To Kill)'이라고 쓰인 티셔츠의 사진이 게재돼 있었다. 또 독일 국수주의 아이콘으로 보이는 문양이 장식돼 있었다고 현지 신문 휴스턴 크로니클은 전했다.
그러나 파구어티스가 극우 민족주의에 심취하거나 조직적으로 어떤 이념에 관련돼 있다고 추정할 만한 다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갤버스턴 카운티 경찰국의 헤린 트로체셋 국장은 "파구어티스의 컴퓨터에 저장된 일기를 보면 범행 후 자살하겠다는 의향이 나타나 있었다"면서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없었던지 범행 직후에 경찰에 투항했다"고 말했다.
산타페 6번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파구어티스의 자택과 차량에서는 화염병과 사제폭탄이 여러 개 발견됐다고 경찰은 말했다. 폭탄 중에는 가스를 사용하는 것도 있었다.
파구어티스는 총기를 난사하면서 사제폭탄으로 보이는 파이프폭탄을 여러 개 던졌다고 현장에 대응한 경찰은 전했다. 폭발물이 교내에서 실제로 터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구어티스의 친구라는 16세 학생은 "그가 총이나 전쟁 시뮬레이션게임에 대해 얘기한 건 들었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총격에 대해 말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범인은 평소 과묵한 편이고, 교실에서는 게으른 태도를 보였다고 친구들은 전했다.
범인이 쏜 총은 그의 아버지가 합법적으로 소유한 것이라고 경찰은 말했다. 파구어티스의 아버지가 총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구어티스의 가족은 언론의 접촉 요청에 "시간을 달라"고만 하고 응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1학년생인 파구어티스는 산타페 고교의 2군 풋볼팀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라이벌팀과의 경기에서 크게 활약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리스정교회와 관련이 있는 댄스팀에서도 활동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벗 지사는 "총격범의 신상에서 레드 플래그(위험을 알려주는 전조)를 알아차릴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현장에서 공범으로 알려진 학생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공범이 총격에 가담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공범이 두 명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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