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보다 소득 낮으면 행복 뚝
같은 비율이라면 월급과 집값 중 무엇이 오르는 게 더 행복할까. 우리가 불행한 건 소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대학 동창들과 비교해 적기 때문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이런 질문에 답을 제시한 ‘한국인의 행복함수 연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우선 한국인의 행복에는 자산보다 소득이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나 주식 가치보다는 월급이 오르는 편이 행복감을 더 높인다는 뜻이다. 보사연이 2014~2016년 3년간 실시한 국민행복 인식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 성별이나 연령, 교육 수준, 취업 여부 등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할 때 가처분소득이 10% 증가하면 행복도가 0.052점(10점 만점) 증가했다. 반면 순자산(자산-부채)은 10% 늘어날 때 행복도가 이보다 적은 0.020점만 올랐다. 김성아 보사연 전문연구원은 “소득은 자산과 달리 당장 쓸 수 있어 행복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급이 같은 두 사람이 어떤 이웃과 사는지에 따라 행복 수준이 다를 거라는 가설도 연구 결과 입증됐다. 같은 시ㆍ도에 살면서 성별과 연령대, 교육 수준 등이 자신과 비슷한 ‘준거 집단’의 평균 소득보다 월 소득이 10만원 낮은 사람들은 같은 소득을 올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행복도가 낮았다. 똑같이 연봉 3,000만원을 받아도 연봉이 4,000만원인 이웃들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이, 연봉이 2,000만원인 이웃들 가운데 사는 사람보다 불행하다는 얘기다. 물론 미국과 영국 등 해외의 유사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한국인만 유독 시샘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김성아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들의 행복도를 높이려면 절대적인 소득, 자산 수준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상대적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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