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18일 행정처분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킨 대한항공에 과징금 27억9,000만원을,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여운진 전 상무에게 각각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했다. 국토부는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 마무리돼 행정처분 절차를 밟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 직후 운항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공언했던 국토부가 3년5개월 만의 뒷북 대응에 나선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법원 판결 또한 5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이뤄졌다.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국토부와 대한항공 간 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국토부가 미뤄뒀던 징계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에 대해 거짓 진술과 승무원 회유 등 사건 은폐를 시도했는데도 그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전무가 항공사업법을 어기고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등기이사로 6년간 재직한 사실도 적발하지 못했다. 불법 등기를 적발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이를 놓쳤다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감독 소홀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관세청도 대한항공과의 유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관 직원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밀수ㆍ탈세를 눈감아 준 것은 30년 넘게 이어져 온 커넥션이라는 게 대한항공 직원들의 제보 내용이다. 관세청은 이런 의혹에 대해 내부 감찰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와 관세청 직원들이 대한항공과 유착돼 좌석 업그레이드, VIP라운지 이용 등 온갖 혜택을 누려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자체 감찰로 수십 년 간 쌓인 대한항공과 행정기관 간 유착구조가 근절되리라 믿기는 어렵다. 벌써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감사원이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필요하면 수사도 의뢰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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