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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손근기 프로바둑기사회장 “2022년 아시안게임 남북 바둑 단일팀 추진”

입력
2018.05.18 17:41
수정
2018.11.2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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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남북 화해 무드 기회…복잡한 국내 바둑계 분위기 반전 카드

전국 규모로 진행되는 북한의 ‘정일봉상’ 대회에서 북한 선수들이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전국 규모로 진행되는 북한의 ‘정일봉상’ 대회에서 북한 선수들이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프로바둑기사회가 2022년 중국 항저우(杭州) 아시안게임에 남북 바둑 단일팀 구성을 추진한다. 이에 앞선 시뮬레이션 행사로 북측에 친선 바둑대회도 제안할 방침이다.

손근기 한국프로바둑기사회장은 18일 “바둑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사실상 채택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맞춰 남북 바둑 단일팀 구성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또 “남북 친선 바둑대회도 함께 제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의 이런 포석은 바둑계 안팎의 정황을 고려한 구상으로 풀이된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면서 남북간 스포츠 교류가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경기에 나섰고, 이달 초 막을 내린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도 깜짝 단일팀이 구성됐다. 여기에 경평축구 부활과 북한의 전국체전 참가 등 다른 종목에서도 스포츠 교류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남북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가진 중국에선 바둑이 국민 스포츠로 자리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2010년 중국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남자와 여자 단체, 혼성 경기로 진행됐었다. 당시 3개의 금메달은 모두 한국이 차지했다. 중국 바둑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설욕을 벼르고 있다. 중국 수뇌부인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역시 바둑 애호가로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지난해 12월 베이징 국빈만찬장에서 시진핑(앞줄 왼쪽) 국가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바둑판과 바둑알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지난해 12월 베이징 국빈만찬장에서 시진핑(앞줄 왼쪽) 국가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바둑판과 바둑알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와 여권에도 바둑에 높은 관심을 가진 인사들이 적지 않다. 아마 4단의 기력을 가진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여울공원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바둑대축제’에 영상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저도 바둑을 아주 좋아하고 작은 바둑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며 “정부는 바둑기사가 혼신의 승부를 다하도록 바둑 진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외에도 국무총리를 지낸 아마 7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미국 특사로 임명된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 등도 바둑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의 구상은 복잡한 바둑계 내부 속사정까지 감안한 행보로 보인다. 현재 국내 바둑계엔 악재가 겹쳐 있다. 프로바둑기사들이 기량을 겨룰 종합기전은 KB바둑리그, GS칼텍스배, KBS바둑왕전, JTBC 챌린지배 등 4개에 불과하다. 종합기전이 15개나 열렸던 199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여기에 최근 바둑계 성폭력 의혹 사건까지 불거져 분위기가 흉흉하다.

손 회장은 “지금 국내 바둑계는 분위기를 바꿀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며 “성사 여부를 떠나서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구성과 남북 친선 대회 개최 추진은 여러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해서 내놓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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