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법 단일 위반으론 최고 금액
조현아엔 과태료 150만원 부과
“여론 악화에 뒤늦게 징계” 비판
국토부 내 유착세력 존재 의혹도
조양호ㆍ조원태, 공식 직함 없이
진에어 문서 결재 사실도 적발
공정위 ‘사익 편취’ 여부 등 검토
국토교통부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발생 42개월 만에 27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토부는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아무런 법적 권한 없이 진에어 내부 문서를 결재한 사실도 적발,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했다.
국토부는 18일 행정처분 심의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항공법 위반 사항 2건에 대해 총 30억9,3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심의ㆍ의결했다고 밝혔다. 우선 국토부는 지난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에 과징금 27억9,000만원을,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여운진 전 상무에게 각각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 승무원의 마카다미아(버터 맛이 나는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도록(램프 리턴) 지시하고 박창진 당시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 물의를 일으켰다. 국토부는 이날 심의위에서 대한항공에게 ▦기장의 돌발사태 대응절차 및 지휘권한 위반 ▦사실확인 시 거짓서류 제출 ▦사전공모로 국토부 조사 방해 ▦사실조사 시 거짓 진술 등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과징금 27억9,000만원은 항공법 단일 위반 행위로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부당한 지배권이 항공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당초 책정했던 과징금 18억6,000만원에 50%를 가중해 최종 과징금을 정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중국 웨이하이 공항 활주로 이탈사건과 관련해서도 운항승무원의 운항절차 위반으로 결론을 내리고 대한항공에 과징금 3억원을, 당시 기장 및 부기장에게 자격증명 정지 30일과 15일을 각각 처분했다.
국토부는 또 미국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불법 등기임원 재직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과 조 사장도 진에어에서 공식 직책 없이 내부문서 70여건을 결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극히 비정상적인 회사 운영 방식“이라며 “공식 권한이 없는 사람이 서류를 결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룹 지배구조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국토부로부터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총수일가 사익 편취’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는 지 살펴볼 방침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땅콩회항 사건 발생 3년6개월이 지나 뒤늦게 징계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적잖다.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한진 총수 일가의 갑질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징계에 나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안에 대한항공과 유착된 ‘칼피아’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지난해 12월 내려졌다. 그는 법원에서 항로변경을 변경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폭언 및 폭행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땅콩회항에 대한 행정처분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철저히 감사해 부적절한 업무처리가 발견될 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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