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자동차의 법률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상구 변호사가 디젤게이트의 여파를 벗어나 본격적인 재기를 노리는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 ‘파사트 GT’의 시승에 나섰다.
2년 동안의 공백을 깨고 다시 한 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폭스바겐의 입장에서 무척 중요한 첫 발걸음, 폭스바겐 파사트 GT는 과연 강상구 변호사에게 어떤 느낌, 어떤 가치로 느껴질까?
*아래는 강상구 변호사의 폭스바겐 파사트 GT에 대한 소감을 각색했습니다.
잘만든 세단, 하지만 설득력은 부족한 세단
단도직입적으로 폭스바겐 파사트 GT는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본다면 ‘잘 만든 중형 세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드라이빙에 대한 느낌이나 파워트레인의 구성, 드라이빙에서의 움직임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무난하게 잘 만든 중형 세단’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이 차량의 가격을 본다면 조금 부정적일 것 같아요. 사실 파사트 GT를 구매할 분들이라면 으레 소나타 풀옵션이나 그랜저, 혹은 비슷한 레벨에서 넘어오시려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보기엔 가격적인 부분에서 적게는 1,000만원부터 크게는 2,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가격표를 달고 있죠.
그런 걸 고려한다면 굉장히 미묘해질 것 같아요. 차량 자체는 좋은 걸 알겠지만 ‘평범한 중형 세단’으로서의 매력이 있는 거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거나 혹은 파격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 부분은 폭스바겐이 판매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 보입니다.
각론에 들어가보죠.
먼저 디자인은 참 평범하고 무난한 모습이에요. 프론트 그릴이나 헤드라이트 등이 이전의 파사트에 비한다면 확실히 변화한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차량의 체격이 그렇게 큰 편도 아니고 그리고 막상 폭스바겐의 디자인에 관심이 큰 사람이 아니라면 ‘이전의 폭스바겐’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차량이 도로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누가 ‘어! 파사트 GT다!’라고 외치면서 바라볼 건 아니니까요. 물론 반대로 그런 무난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후면 디자인 역시 막 화려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폭스바겐의 디자인을 새롭게 다듬은 정도로 마무리 되었죠.
전체적으로 날렵한 실루엣, 그리고 신선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티는 드러나요. 실제로 각 요소들의 마감 및 선처리 등에서 느낄 수 있죠. 하지만 막상 전체적인 비례감에서는 다소 껑충한 느낌이 드는데 아마도 안전 등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봐요. 다만 그 때문에 약간 매력이 감소된 것 같다는 평을 지울 수 없겠네요.
실내 공간을 둘러봐도 무난한 느낌이 그대로 이어지죠. 겉에서 보았을 때 파사트 GT의 실내 공간 역시 파격적이거나 강렬한 존재감을 전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잖아요. 외형에서 보았던 ‘괜찮은 중형 세단’의 실내 구성을 따르고 있는 모습이죠. 물론 이러한 디자인 역시 이전의 파사트, CC의 계보를 그대로 잇고 있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잘 느껴집니다.
스티어링 휠의 질감은 조금 아쉬운 편이지만 계기판이나 센터페시아에 적용된 디스플레이들의 해상도나 표현력은 우수한 편이고 또 사운드 시스템 역시 기본적으로는 준수한 편인 것 같아 중형 수입 세단으로서는 그 자질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느낌이죠.
하지만 아쉬운 점도 드러나죠. 개인적으로 소재에 있어서 실망이 있었습니다. 가죽의 사용 빈도가 낮은 건 뒤로 하더라도 우레탄이나 가죽 소재 자체의 질감이나 손 등으로 전해지는 촉감에 있어서 그 만족감이 우수하지 않다는 점이죠. 국산 차량들이 워낙 실내 공간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만큼 파사트 GT 실내 공간의 고급감 부재는 다소 뼈 아파 보이더군요.
개인적으로 파사트 GT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넓은 공간에 있다고 봅니다. 1열 공간의 경우에는 운전석에서 정말 넓은 개방감과 주행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2열 공간에서는 넉넉한 레그룸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죠. 플랫폼이 가진 공간을 정말 최적으로 활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탑승 공간은 물론이고 트렁크 게이트 안쪽으로 드러나는 586L의 적재 공간도 분명 큰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겠네요.
잘 만들어진 파워트레인 그리고 조합
파사트 GT의 파워트레인에 있어서는 참 잘 만든 엔진과 괜찮은 변속기의 조합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190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내는 2.0L TDI 엔진이 더 이상 말썽이 없다는 걸 전제로 한다면 그 출력이나 정숙성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죠. 실제로 발진부터 고속까지 넓은 속도 영역에서 가속, 정속 주행 등을 할 때 만족감이 좋았습니다.
특히 제가 디젤 엔진을 참 싫어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괜찮은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고 RPM에서의 듣기 나쁘지 않은 사운드 등을 제시하더군요. 물론 외부에서는 디젤 파워트레인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실내에서는 이 정도면 ‘데일리 세단’으로 확실히 경쟁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변속기에 대해서는 7단 DSG가 탑재되지 않은 점이 다소 아쉽지만 어쨌든 DSG는 제 몫을 다해줍니다. 실제 변속 반응이나 변속 상황에서의 느낌이 무척 매끄러워 만족감이 높고, DSG 고유의 경쾌한 맛도 잘 살아있었습니다. 특히 업 시프트 상황에서의 느껴지는 그 속도감이나 감각은 꽤나 인상적인 부분이라 ‘역시 DSG는 DSG다’라는 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완성도는 높지만 다소 건조한 드라이빙
라이드 앤 핸들링에 있어서도 ‘세그먼트’ 혹은 차량의 타겟을 고려 했을 때 우수한 편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심에서의 저속 감각이라던가 중고속 주행에서의 전반적인 안정감 등도 괜찮았죠.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나 조작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도 불필요한 무게감을 주기 보다는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차량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브레이크 쪽은 정말 마음에 들었죠. 기본적인 제동력도 좋을 뿐 아니라 브레이크의 전후 밸런스도 상당히 좋은 편이죠. 다만 제동 상황 초반 탑승자의 몸을 잡아주고 제동하는 것이 아닌 ‘곧바로 제동’을 하기 때문에 급 제동 상황에서는 탑승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더군요.
전반적으로는 우수한 편이지만 시각을 조금 다르게 보면 아쉬운 부분도 드러납니다. 일단 탑승 위치를 2열로 옮기면 승차감이 확연히 저하되는 걸 느낄 수 있죠. 이는 하체의 셋업보다는 2열 시트의 쿠션이 부족한 데에서 드러나는 문제라 생각되었죠.
그리고 중고속 영역을 지나 고속 주행을 할 때는 불안감이 다소 커지는 편입니다. 기본적인 기계적 스펙은 좋은 편이지만 서스펜션 쪽의 상하 움직임이 다소 건조한 느낌이 드는 거죠. 조금 더 포용력 있게 받아주는 조율이 있었다면 더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폭스바겐의 선택이 필요해 보이는 존재
파사트 GT를 시승하고 난 후 머리 속으로는 딱 두 개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스바겐이 파사트 GT의 판매 가격을 낮추거나 혹은 차량 전반에 걸쳐 조금 더 고급스러운 상품성과 경쟁력을 느낄 수 있는 '추가 요인'의 적용이 절실하다는 것이죠. 폭스바겐 코리아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또 파사트 GT가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 강상구 객원기자(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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