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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칸은 왜? :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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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칸은 왜? :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③

입력
2018.05.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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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왼쪽부터 차례로). 칸(프랑스)=연합뉴스
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왼쪽부터 차례로). 칸(프랑스)=연합뉴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장편 경쟁 부문에서 ‘버닝’의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현지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공개되고 난 뒤 현지 평론가와 소식지의 격찬이 잇따르고 있어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에 성큼 다가섰다는 게 국내 매체 보도의 주 내용이다.

이 같은 현지 보도에 잔뜩(?) 고무됐는지 한 지상파 방송은 한줄 자막 뉴스로 “’버닝’ 칸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라”를 내보내기도 했다.

참고로 칸은 수상작(자)을 결정하기에 앞서 따로 후보를 추리지 않는다. 따라서 “후보로 평론가와 소식지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표현은 옳지만, “후보에 올랐다”는 표현은 원칙적으로 틀리다.

여태까지 칸의 상 선정 방식을 봐도 ‘버닝’의 수상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연출자인 이창동 감독은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2010년 ‘시’로 각본상을 각각 챙겼다.

단편 혹은 비경쟁 부문 초청으로 시작해 감독의 성장 여부를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확인한 뒤 괜찮다 싶으면 장편 경쟁의 주요 상을 건네는 게 지금까지 칸이 대체로 지켜 오던 방식이다.

감독 주간(2000년 ‘박하사탕’)과 비평가 주간(2003년 ‘오아시스’) 초청으로 출발했던 이 감독이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거쳤으므로, 이제는 황금종려상을 받을 차례라는 관측도 나름 일리가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국내 영화팬들의 기대와 달리 현지 평론가와 소식지의 반응이 수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떤 영화에 혹은 누구에게 상을 주고 안 주고는 전적으로 심사위원단의 몫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일수록 영화 보는 눈은 비슷한 법. 그래서 심사위원단과 현지 평론가 및 소식지의 시각이 일치할 순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현지 평론가와 소식지의 낮은 평점을 받고서도, 보란듯이 주요 부문의 상을 거머쥐고 훗날 명작으로 인정받는 사례는 허다하다.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을 때도 일부 현지 평론가와 소식지는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개인적 취향이 짙게 반영된 결과일 뿐이라고 입을 삐쭉댔지만, 시간이 흐른 뒤 ‘올드보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작으로 평가받게 됐다.

우리 영화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 축제에서 가장 큰 상을 최초로 받는다는 건, 아니 받을지도 모른다는 건 흐뭇한 일이다.

그러나 수상 여부를 점치는 데만 급급해 올림픽 메달 따기 식으로 현지 보도가 이뤄지는 건 어쩐지 촌스러워 보인다.

순위를 중시하는 스포츠에서도 요즘은 아름다운 참가에 의미를 두는 쪽으로 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는데, 하물며 출품작 모두가 수상작이나 다름없는 축제의 한마당에서 우열을 따지는 듯한 모습은 세련돼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제2의 이창동’ ‘제2의 박찬욱’이 나올 수 있도록 관객과 매체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 아닐까.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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