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퍼스트 펭귄’들의 사랑과 전쟁
#1
전기차 도입 5년째... 인프라 부족
정부도 업계도 지원에는 소극적
몸소 발품 팔며 앱 개발 등 분투
#2
김재진ㆍ박용희씨가 만든 충전 앱
전기차 운전자 10명 중 9명 사용
이원재씨 “유지비 디젤차의 1/3
소모품요? 에어컨 필터 교체뿐”
#3
조하나ㆍ전영아씨 “운전이 즐거워…
차 관리 필요 거의 없어 여성에 딱”
교차로 스타트 ‘점찍기’ 매력에 푹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김재진(42)씨는 2015년 전기차(EVㆍElectric vehicle) 충전 애플리케이션(앱) ‘EV 웨어(Where)’를 만들었다. 2014년 말 기아의 전기차 ‘쏘울EV’를 구입한 그는 보통 때 집 근처 잠실 롯데마트와 삼성동 사무실 인근 충전소의 급속 충전기를 쓰면 불편함이 없었지만 먼 곳을 갈 때면 충전소 위치 파악이 쉽지 않았다. “충전소 종류가 5가지가 넘는데 환경부나 민간 기업은 자기들이 관리하는 충전소 위치만 알려줬거든요. 충전소마다 충전 방식이 다 달랐고요. 스마트폰으로 충전소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위치 정보를 한데 모았죠.” 이 앱에는 자신의 개인 충전기를 다른 전기차 이용자들과 함께 사용하겠다고 공개한 충전기 위치와 손님들에게 충전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식당, 숙박업소 위치도 들어있다. 김씨는 이 앱을 다른 전기차 오너들도 쓸 수 있게 무료로 공개했다.
김씨는 국내 전기차 1세대 이용자다. 기름 한 방울 없이도 달리는 전기차가 국내 운전자를 만나기 시작한 2014년 전기차를 샀던 1,075명의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ㆍ무리 중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든 펭귄) 중 한 사람이다. 100년 가까이 자동차 업계는 휘발유, 경유, 액화천연가스(LPG) 등을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차가 주름잡아 왔고, 전기차를 위해 갖춰진 것은 많지 않다. 충전 인프라부터 각종 관련 법이나 제도까지 모든 걸 새로 만들다시피 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정부나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차에만 매달려있다시피 한다. 전기차는 시장 규모가 작고, 경험이나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 있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2,252만8,295대 중 전기차는 2만5,108대로 0.11%다. 1,000대당 1대꼴이다. 친환경차라는 이름표는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차라는 이미지도 주지만 동시에 당장은 아니고 먼 미래에나 탈 차라는 인식까지 심어주다 보니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키우기도 한다. 물론 해마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고 있고, 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3만대를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지 오래되지 않았다.
대신 국내 전기차 사용자들이 스스로 필요한 것, 부족한 것을 채우고 있다. 유지비를 아낄 수 있고, 환경을 지키고, 조용해 운전이 편하다는 등 전기차를 타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정보를 공유하며 필요하면 ‘집단지성’으로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전기차 퍼스트 펭귄이다. 전기차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용기 내 먼저 과감히 전기차의 바다로 뛰어든 운전자들이 스스로 생존할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용자들이 만든 앱, 충전기 회사에도 필수품
전기차 생태계를 직접 만들어 가는 이들은 무엇보다 전기차에 생명 같은 충전 환경을 개선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2015년부터 전기차 ‘쏘울EV’를 4년째 타고 있는 박용희(39)씨는 2016년 전기차 충전 정보 공유 앱 ‘EV 인프라’를 개발해 공개했다. “종종 잘 모르는 지역에서 충전기를 어렵게 찾았는데 고장 났거나 대형 마트가 문 닫는 바람에 충전기를 쓰지 못해 낭패 보는 경우가 있죠. 충전기의 고장 유무나 가장 최근에 충전기가 작동한 때를 알면 이용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특히 전기차 이용자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 다른 이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했더니 큰 도움이 됐다고들 해요.” 이 앱은 내비게이션과 연동이 돼 현재 위치에서 이용 가능한 충전소를 찾아가는 경로까지 알려 준다.
김씨가 만든 ‘EV 웨어’와 박씨가 만든 ‘EV 인프라’는 국내 전기차 이용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사용하는 필수품이 됐다. 심지어 충전기 회사 관계자들도 이 앱으로 실시간 정보를 확인한 후 고장 난 충전기를 고치러 갈 정도라고 하니 전기차 이용자가 오히려 충전기 회사들에 도움을 주고 있을 정도다. 두 앱은 전국의 전기차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낸 의견과 정보를 양분 삼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충전 지킴이’ 제안 등 정책 만들기까지 열심
2014년부터 5년째 BMW 전기차 ‘i3’를 운전하고 있는 자영업자 김성태(42)씨는 사단법인 한국전기자동차사용자협회(KEVUA)의 회장을 맡고 있다. 동호회 모임 성격의 기존 전기차 사용자 모임을 지난해 사단법인으로 바꿔 운전자들의 아이디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모으고 전기차 관련 정책 대안을 적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현재 전국의 전기차 사용자와 업계 관계자를 포함해 1,000여명이 김씨가 도모한 협회의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다.
지난해 협회는 환경부에 ‘충전 지킴이’ 사업을 제안했다. 전국의 전기차 사용자들이 직접 고장 났거나 망가진 상태의 충전기 정보를 모으고 이를 공유해 보자는 시도였다. 환경부 산하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전국 300명의 전기차 사용자들을 지킴이로 뽑아 1주일에 최소 2, 3회씩 충전기 상태를 보고하고 대신 충전 포인트를 받도록 했다. 지킴이 사업을 통해 전국에서 776건의 고장ㆍ파손된 설비를 조치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 대구시에서도 충전 지킴이 사업을 시작했다.
전기차 사용자들은 정책 관련 아이디어를 모아 이를 입법화하는 작업에도 적극적이다. 협회는 현재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의무판매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를 살 때 주는 보조금을 실제 주행한 거리를 기준으로 후불제 형태로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정부도 이를 검토 중이다.
협회는 앞서 전기차 충전기나 충전 구역에 내연기관 차가 주차해서 방해하지 않도록 과태료 부과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고, 국회는 2월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김씨는 전기차 1세대들이 이렇듯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직접 뛰어드는 이유가 ‘더 좋은 것을 알리고 싶다’는 바램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물론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처럼 전기차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운전하고 싶다는 바람이 실행으로 옮겨진 거죠.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전기차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를 알리고 싶어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나서는 운전자들이 많아요. 남들보다 먼저 전기차를 탔으니 그 정도 노력은 해 볼 만하죠.”
메인카로 올라선 전기차 “1년 유지비 디젤차의 3분의 1”
경기 화성에서 주말 가족 농장을 운영 중인 이원재(37)씨는 2016년 7월부터 현대차 ‘아이오닉’을 타고 있다. 2002년 휘발유차 현대 ‘아반떼’, 2007년 휘발유차 기아 ‘아벨라’, 2009년 경유차 기아 ‘스포티지’에 이어 네 번째 차였다. 전기차 이전까지 이씨는 가급적 차를 운전하지 않았다. 큰딸(현재 6세)을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둘째 딸(현재 3세)을 데리고 마트를 갈 때도 가급적 유모차를 이용했고,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했다. 차는 멀리 가거나 무거운 짐을 실어 날라야 할 때만 탔다.
하지만 전기차로 갈아타면서부터 최대한 차를 자주 이용하려고 한다. 연비를 꼼꼼히 따져 유지비를 최대한 아끼려 했던 이씨에게는 엄청난 변화였다. “아침엔 큰아이를 좀 더 자게 하고 차로 어린이집에 데려다 줍니다. 특히 날씨가 더울 때는 아내나 아이들이 땀을 많이 흘려 고생하니까 가급적 차로 다니게 됐고요. 경유차 탈 때는 매연이 많고 냄새가 심해서 시동 걸고 한참 뒤에 아이들을 태우게 하고 차 뒤쪽으로 못 다니게 했습니다. 운전 중에도 창문을 못 열게 했고요. 하지만 전기차는 매연, 연기 걱정 없으니 바로 차에 타게 하고 창문도 걱정 없이 연답니다.”
이씨는 아이오닉을 사면서도 스포티지를 팔지 않고 차 두 대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세컨드카(2번차)로 생각했던 전기차는 사자마자 ‘메인카(1번차)’로 등극했다. 이씨와 아내는 서로 전기차를 이용할 스케줄을 조정하고, 일정이 겹칠 때만 1주일에 한 번 꼴로 스포티지를 탄다. 수동형 기어인 스포티지와 비교하면 모든 게 버튼이나 터치로 조작이 가능한 전기차는 운전이 편했고, 무엇보다 들어가는 돈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 씨는 정부 보조금 1,400만원, 경기도 보조금 500만원 등 차량 구입 보조금 1,900만원을 빼고 2,800만원에 구입했다. 400만원의 보조금으로 집 앞마당에 충전기도 달았다.
2016년 12월까지는 외부에 충전기가 많지 않던 때라 집에서 주로 심야에 전기차 충전용 전기를 이용해 충전을 하고, 종종 마트나 공공장소에 있는 급속 충전기를 썼다. 집에서 충전한 비용(약 10만8,000원, 기본료 약 8,000원 할인)과 외부 충전(약 5만7,000원)에 들어간 총 금액은 5개월(8~12월) 동안 16만원, 1달 평균 약 3만3,000원에 불과했다.
2017년부터는 정부가 전기차 충전용 전기에 대해 기본료(약 1만6,000원)를 면제하고, 전기료도 50% 할인 해준 데다, 집 근처 마트, 동사무소 등에 급속 충전기가 생기면서 외부 충전기도 더 많이 사용했다. 특히 전기차 구입 때 보너스로 받은 충전 포인트(26만 포인트)를 열심히 썼고, 포인트 사용 기한이었던 지난달까지는 충전비가 사실상 ‘0원’이었다. 2년 가까이 전기차를 타면서 들어간 소모품 비용은 에어컨 필터 3번 갈 때 쓴 1만5,000원이 전부. 여기에 자동차세는 1년에 13만원이다. 보험료는 보조금 적용되기 이전의 원래 차 값을 적용해 연 80만원 선이었다. 2년 가까이 전기차 타면서 들어간 비용이 약 210만원(보험료 약 160만원, 자동차세 약 33만원 포함)이다. 이달부터는 처음 차를 샀을 때처럼 주로 집밥(자가 충전)을 먹고 있는데, 1달에 1만원 안팎의 충전비를 예상한다.
반면 2009년 7월 2,000만원을 주고 산 스포티지에는 7년 2개월 동안 약 10만㎞를 뛰면서 들어간 유류비가 약 1,260만원, 엔진오일, 필터, 타이어 등 각종 정비 및 소모품 교체 비용은 약 415만원이었다. 1년에 약 40만원하는 자동차세와 보험료까지 합하면 2,200만원(보험료 약 280만원, 자동차세 약 280만원 포함) 넘게 썼다. 전기차에는 1년에 약 105만원, 디젤차에는 310만원 정도를 썼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누리는 깨알 같은 혜택들이 많다. 업무나 지인들과 약속 때문에 서울ㆍ과천ㆍ의왕ㆍ수원 등 인근 지역을 자주 오가는데, 고속도로 통행료 기본 50% 할인혜택을 받고 여기에 더해 특정 신용카드를 쓰면 나머지 50%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공기관 주차장이나 공용 주차장의 경우 전기차 충전을 위해 주차하면 평균 1시간의 주차비는 무료이기 때문에 충전을 시켜 놓고 근처에 볼일을 보러 다녀올 수도 있다.
전기차 만나고 운전을 즐기게 됐다
직장인 조하나(31)씨, 자영업을 하는 전영아(51)씨는 전기차를 만나기 전 운전을 즐기지 못했다. 차에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겁부터 났다. 정비소 직원의 설명을 알아듣기도 쉽지 않았다. 전씨는 아예 평상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꽃구경 좋아하는 어머니를 모시거나 짐을 옮길 때만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 두 사람은 전기차를 타면서 운전이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조씨는 3년째 자신이 타고 다니는 전기차 아이오닉에게 ‘오니’라는 별명도 지어 줬다. “마음이 편해요. 엔진이 없으니 엔진오일, 부동액을 안 챙겨도 되고 타이어 공기압 체크 말고는 차 관리를 안 해도 되니까요. 운전 모드도 주행, 주차, 후진 3가지뿐이고 스마트폰처럼 버튼식이나 터치식이니까 편하죠. 오니를 처음 타 본 친구들이 재미있어 하는 거 보면 저도 기분 좋고요. 한 달에 1만원이면 충전 다 할 수 있고 어지간한 거리는 버스비보다 싸니까 운전을 더 하고 싶어집니다. 친구들하고 좀 멀다 싶은 곳을 갈 때면 다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니타고 가자고 해요.”
4년 동안 BMW i3를 이용 중인 전씨는 일명 ‘점찍기’ 매력에 빠져 있다. “제 차가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7.2초랍니다. 시내 교차로에 다른 차들과 나란히 서 있다 동시에 출발하면 제 차가 맨 앞에 달립니다. 다른 차들은 저 뒤에 점처럼 보인다고 해서 전기차 이용자들끼리 점찍기라고 해요. 속도를 갑자기 올릴 때나 멈출 때도 부드러워요. 미세먼지 심한 날 내연기관차들은 운전을 자제하라고 하지만 전기차 운전자들은 더 신나요. 전기차 운전자로서 자부심이라고 할까요. 여성 이용자들도 편안하게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답니다.”
70대 전기차 택시기사 “안정감 좋아 덜 피곤해요”
전기차의 장점은 노년층도 공감한다. 제주에서 45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김창호(71)씨는 2014년부터 5년째 르노삼성의 전기차 택시 ‘SM3 Z.E.’를 몰고 있다. 김씨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택시를 선택한 6명의 기사 중 한 명이다. 2014년 보조금(정부 보조금)을 제외하고 1,630만원에 SM3 Z.E. 일반형을 구입했고, 2년 후 보조금(정부, 제주도, 택시에 대한 추가 보조금)이 늘어 1,000만원 안 되는 돈에 고급형 택시로 바꿨다.
하루 10~11시간 운전하는 그는 전기차를 탄 이후 LPG 택시 시절과 비교해 확실히 덜 피곤하다고 했다. “LPG 택시 탈 때는 차체가 딱딱하게 느껴져 힘을 많이 주면서 운전해야 했죠. 반면 전기차는 속도를 올리거나 커브를 돌 때 흔들림이 거의 없고 소리가 안 나니까 안정감이 있죠. 손님들도 차가 흔들림이 거의 없다며 운전 잘 하고 차 관리를 잘한 것 같다며 칭찬을 많이 합니다. 제가 ‘전기차라 그럽니다’라고 하면 깜짝 놀라죠. 손님들은 전기차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저는 열심히 설명하죠. 전기차 얘기하다 보면 목적지에 어느새 와 있고요.”
특히 오르내림이 많은 제주 도로에서 이 같은 전기차의 장점은 더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는 순발력이 좋고 언덕을 치고 오르는 힘이 탁월해서다. 오르막 주행 때 배터리 전기를 소모하고, 대신 내리막에서는 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기를 아낄 수 있다. “한라산 중턱에 있는 제주대에서 해변도로나 제주시내까지 내려오면 약 7㎞ 정도 갈 수 있는 전기가 만들어집니다. 퇴근하고 집에서 충전하거나 낮에는 관광지나 주민센터 충전기를 이용해 하루 2, 3번 정도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면 충분하죠.” 현재 제주도에는 급속 354개, 완속 123개 등 477개의 개방형 충전기가 있어 충전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운전을 업으로 하다 보니 유지 비용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김씨는 LPG 택시 때와 비교해 전기차 택시는 3분의 1도 안 들어간다고 했다. 내연기관차들은 오래될수록 엔진오일, 벨트 등 소모품을 더 자주 갈아야 하고, 연소율도 나빠져 가스를 충전해도 100% 다 쓰지 못하지만 전기차는 타이어 말고는 손댈 게 없으니 말이다. “10만㎞ 정도 뛰면 배터리 수명이 4% 정도 줄더군요. 잘 활용하면 배터리만 바꾸면 되니까 유지비가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해요.”
전기차 택시의 장점은 제주도 택시 업계에도 소문이 자자하다. 현재 제주에는 1만대 조금 넘는 전기차가 등록돼 있고, 이 중 250대가 택시다. 올 상반기에도 100대의 전기차 택시를 신규 보급할 계획인데 신청자가 130명을 넘었다.
국내 전기차 1세대들은 간혹 특이한 사람, 취향이 독특한 운전자라는 편견을 접해야 했다. 유지비용에 집착하고, 화석연료 사용에 배타적이라는 지탄도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내연기관차에 머무는 정부 정책을 선도하고,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전기차의 장점을 전파하는 데 힘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먼저 뛰어든 전기차의 바다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아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무리 가운데 가장 먼저 차가운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뜻하는 말로 선구자, 개척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 미 카네기멜런대 랜디 포시 교수의 강의에서 유래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