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역공에 “지켜보자” 언급
북미간 구체적 비핵화 방안에 대한 이견을 좁힐 ‘트럼프식 모델’로 ‘부분 폐기’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이 협상 초기 전량은 아니더라도 비핵화 의지를 충분히 입증할 수준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먼저 폐기하면 이에 화답해 미국이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현지시간) ‘부분 폐기’ 방식이 북한 비핵화의 새로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화상 컨퍼런스에서 “북한이 충분히 큰 보증금을 맡긴다면, 동시ㆍ단계별 보상 방식을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기 위해 북한이 어느 정도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미리 폐기하고, 그에 상응해 미국이 취할 조치 수준을 정하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협상을 주도할 경우 초기 단계에서 ‘선 부분 폐기-후 부분 보상’으로 상호 신뢰를 쌓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과 ‘빠른 비핵화 속도’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선핵 폐기’ 대목을 조정해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일정 정도 수용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은 기존 미국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전혀 통보 받은 바도 없다.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주장을 고수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비핵화 목표가 흔들리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미 언론들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 대응으로 판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그들이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우리는 최대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정상회담 성사는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또 리비아 모델에 대해 “우리가 적용 중인 모델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이것(비핵화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다. 대통령은 이것을 그가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고 우리는 100%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리비아 모델에 선을 그은 것은 ‘부분 폐기’ 방안을 검토 중인 폼페이오 장관에 무게를 실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트럼프식 비핵화는 리비아 방식을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이해도 반영해서 일종의 빼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한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단계를 일부 인정하거나 제재를 보다 조기에 완화시켜 주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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