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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옷’으로 한복 세계화 이끈 디자이너 이영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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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옷’으로 한복 세계화 이끈 디자이너 이영희 별세

입력
2018.05.17 18: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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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이던 1976년 한복집 열고

파리 등 국내외 패션쇼 300여회

“바람을 담아낸 듯 자유로워” 평가

평창올림픽 개막 의상도 디자인

배우 전지현의 시외할머니이기도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연합뉴스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연합뉴스

한복 세계화에 앞장 섰던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17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의 장녀이자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이정우씨는 “한 달 전 폐렴으로 입원하셨는데 노환 등으로 병세가 악화됐다”며 “병세가 좋아졌다고 퇴원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졌다”고 전했다.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사촌 언니의 부탁으로 명주솜 이불 파는 일을 시작했다. 빼어난 바느질 솜씨를 자랑하던 고인은 이불을 팔다가 남은 천으로 지은 한복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을 계기로 한복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40세이던 1976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레이디스타운 내에 ‘이영희 한복의상’ 간판을 달고 한복집을 열었다.

이영희 작품.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영희 작품.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영희 작품.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영희 작품.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영희씨 작품.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영희씨 작품.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0년 10월 한국의상협회 창립을 기념하는 한복 패션쇼에 참가하며 생애 최초의 패션쇼를 열었다. 1993년에 파리 프레타포르테(기성복) 패션쇼 무대에 한국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참가해 이목을 끌었다. 당시 고인은 저고리를 과감히 없애고 치마만 있는 한복 드레스를 무대에 올려 ‘가장 모던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옷’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수석기자 로랑스 베나임은 “바람을 담아낸 듯 자유와 기품을 한 데 모은 옷”이라며 ‘바람의 옷’이라는 별칭을 붙였고, 이는 고인의 패션세계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이후에도 고인은 1993년부터 12년간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24회, 2010년부터 파리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패션쇼에 2회 참여하는 등 한복 세계화를 이끌었다. 디자이너의 꿈으로 불리는 파리 무대 외에 미국, 러시아 등 국내외에서 개최한 패션쇼만 300회가 넘는다. 2000년 뉴욕 카네기홀 패션 공연, 2004년 뉴욕 이영희 한복 박물관 개관, 2007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한복 전시 등 굵직한 족적도 남겼다. 2008년 구글 캠페인 ‘세계 60 아티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분단 이후 첫 남북 합작 패션쇼에서 ‘민속옷 전시회’를 열어 주목 받았다. 당시 그는 “내 생애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인은 지난 2016년 한 종합편성(종편) 채널에 출연해 80대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인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죽기 1시간 전까지 패션쇼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던 그는 실제로 지난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의상을 디자인할 만큼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정우씨는 "어머니가 최근 남북 화해 무드를 보시고는 평양에도 가야 한다고 하시는 등 새로운 계획을 계속 구상하셨다"며 "일에 대한 욕심과 고집이 대단하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딸 이정우 디자이너, 장남 이선우(미국 로펌 재직), 차남 이용우(청담컨텐츠 이사) 3남매가 있다. 고인의 외손자 며느리는 배우 전지현(37)씨다. 전지현씨는 2012년 고인의 외손자인 최준혁씨와 결혼했다. 빈소는 삼성병원장례식장 17호. 발인은 19일이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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