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기소 불가 지침 따라
당장 사법적 조치는 하지 않을 듯
하원에 수사보고서 제출하는 등
정치적ㆍ윤리적 책임 추궁할 수도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와 러시아 측의 공모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17일(현지시간) 수사 착수 만 1년을 맞은 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기존 가이드라인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신분’을 고려해 당장 사법적 조치를 취하진 않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무혐의가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어서 뮬러 특검의 다음 카드가 무엇일지 주목된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의 심각한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해 이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된다면 ‘정치적ㆍ윤리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개시될 수 있어 탄핵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팀에 합류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16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팀은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점을 약간의 설전 끝에 우리에게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팀이 법무부의 기존 지침을 수용키로 결정한 것”이라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법무부 방침은 현직 대통령 기소는 불가능하며 (차라리) 탄핵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특검팀도 이를 인정하고 이해한다고 구두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보고서 작성”이라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줄리아니 전 시장 발언의 사실 여부를 묻는 확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뮬러 특검의 결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백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특검이 수사보고서를 하원에 전달하면 탄핵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은 “뮬러 특검은 미 하원에 수사 결과 및 권고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행해 보낼 수 있다. 특검 보고서를 토대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특히) 탄핵 조항을 발동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하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 사실이 담긴 보고서는 향후 의회가 그를 탄핵하려고 할 경우, 중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 대면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수사결과 보고서의 발행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성관계 입막음용 13만달러’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또 다른 뇌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재산 내역에는 그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에게 지난해 10만~25만달러를 ‘비용’ 항목으로 변제해 줬다고 기재돼 있다. 용처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코언이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주장한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용도로 건넨 13만달러를 이듬해 갚았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미 언론들은 2016년 재산 내역에 없던 코언에 대한 채무를 이듬해 갚았다는 점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종전 해명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변호사를 통해 대니얼스에게 ‘합의금’을 전달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라고 전했다. 재산 신고를 접수한 미 정부윤리청(OGW)은 “기존에 하던 수사와 연관성이 있는지 참고하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두 재산 내역 신고서를 연방 검찰에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위터를 통해 뮬러 특검의 수사가 1년을 맞았음을 겨냥해 “축하한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마녀 사냥이 2년째를 맞았다”라고 적었다. “(러시아와의) 내통도, (선거) 방해도 없었다. 유일한 내통은 수많은 돈을 썼음에도 선거에 이기지 못한 민주당이 저지른 것”이라고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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