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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신규가상화폐 상장 철회... 거래소 신뢰도 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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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신규가상화폐 상장 철회... 거래소 신뢰도 먹칠

입력
2018.05.1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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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잇따라 사기 의혹에 휩싸이며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고객 투자금을 빼돌린 중소거래소 운영자들이 연달아 구속된 데 이어 대형 거래소들도 석연찮은 운영 행태로 물의를 일으키며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국내 2위(거래량 기준) 거래소 빗썸은 이날 예정됐던 신규 가상화폐 ‘팝체인’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국내 콘텐츠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음악, 동영상을 구매할 수 있도록 개발한 이 가상화폐(코인)는 이틀 전 빗썸의 상장예고 이후 사기 논란에 휘말렸다. 팝체인 전체 발행량의 90%를 단 두 사람이 보유하고 있고 코인 개발 과정에 빗썸 싱가포르 법인 소속 직원이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빗썸이 연루된 특정 세력이 상장 직후 으레 발생하는 가격 급등을 틈타 시세 차익을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난 것이다. 더구나 빗썸이 그동안 해외에서 가상화폐공개(ICO)를 거치며 지명도를 확보한 신규 코인만 취급해온 것과 달리, 팝체인은 ICO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도 의심을 키웠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빗썸 코인 상장의 합당성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청원이 등장할 만큼 논란이 커지고 한국블록체인협회가 팝체인 상장 중지를 권고하고 나서자 빗썸은 결국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11일에는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코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전산상으로 보유한 것처럼 속인 혐의(사기 등)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간 업비트는 가상화폐를 전자적으로 보관하는 ‘코인지갑’에 실제 코인을 보유하지 않고 장부상으로만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실제 업비트는 130여 종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있는데 이 중 90여 종만 코인지갑이 있다.

업비트는 이에 대해 코인지갑이 없는 가상화폐 40여 종 역시 자체 보관용 지갑이 따로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업비트는 자사 보관용 지갑에 있는 코인과 거래원장에 있는 코인이 일치한다는 회계법인의 공증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운영자들이 사기 혐의로 줄구속 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엔 고객들의 돈을 빼돌린 혐의로 거래사이트 HTS코인을 운영하는 한국블록체인거래소 대표 등 3명이 구속됐고, 지난달엔 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와 회사 임원 등이 업무상 횡령ㆍ사기로 구속됐다.

이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사건이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의 경우 실제 장부거래를 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가상화폐 시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잇따르면서 업계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장 역시 동요하고 있다. 이달 초 1,000만원대를 꾸준히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업비트 압수수색 당일인 11일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1시간 만에 10% 하락한 890만원대까지 밀렸고 이후로도 900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자 거래소 코인원이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출신 애널리스트를 시장분석팀으로 영입하는 등 자정 노력이 진행되는 양상이다.

시장 일각에선 근본적으로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가 거래소를 등록제로 전환해 자격을 갖춘 거래소에만 거래를 허용해주고, 상장이나 수수료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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