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키는 대로 이야기한 것뿐일지도 모르는데, 세상은 전위며 실험이라 불렀다. 등단 9년 차 소설가 박솔뫼(33). 새 소설집 ‘사랑하는 개’에도 어김없이 그런 수식어가 붙을 것 같다. 문장은 짧아야 하나, 묘사는 바지런해야 하나, 서사는 말쑥해야 하나. 박 작가의 소설은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한다. “여름의 골목만을 어딘가로 헤매는 마음으로 걷고 있는 사람의 시선으로 따라가보고 있었다.” 소설 속 문장이 그가 글을 쓰는 방식이다. 어지러울 수도, 신기로울 수도 있다.
책엔 단편 네 편이 실렸다. “저는 정말 개가 되고 싶어요.” 뱉은 말이 실현돼 정말로 개가 되는 이야기인 ‘사랑하는 개’, 제목 그대로 고깃집을 찾아 헤매는 게 줄기인 ‘고기 먹으러 가는 길’, 직진하는 시간을 잠시 끊어 주는 방편으로 보급된 동면(冬眠)을 상상한 ‘여름의 끝으로’, 그리고 이야기인 건 분명하지만 어떤 이야기라고 뚝 잘라 말하면 안 될 듯한 ‘차가운 여름의 길’. 소설에선 가습기 수증기에서 닭 세 마리가 피어 올라 말을 걸고, 피에로 복장의 사마귀 크기의 무언가가 나타나 곡예를 넘는다. 믿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라는 듯, 박 작가는 “문장이 꼬리를 이으며 쫓아가게” 할 뿐이다. “그것은 모두 어디선가 그럴 법한 일이야.” 그런데도 어쩐지 그렇게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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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개
박솔뫼 지음
스위밍꿀 발행∙152쪽∙1만원
박 작가는 “내가 앞으로 할 것들과 하지 못할 것들이 언제나 기대가 된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소설 속 인물들도 작가를 닮았다. 그들은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 둔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개가 된 게 원통할까 싶은데, 받아들인다. “개로 사는 게 벌은 아니잖아요.” 미운 언니를 더 이상 혈연처럼 느끼지 않는 것으로 미움을 그만 두고, “지겨운 것들이라도 곧 사라져버리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시간을 견딘다. “모든 고기 먹으러 가는 길은 어떤 사람을 만날지 누구의 말을 듣게 될지 모르”는 게 삶의 속성이므로.
이 낯선 소설에 익숙해지려면 박 작가의 구불구불, 좌고우면하는 문장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눈물이 흐르고 왜 눈물이 나는 것일까 생각하고 지금 슬픈 이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 그 일의 성공 가능성을 생각하면 일이 커질 것이고 그러니 생각을 하지 않을 거야” 같은, 말에 가까워 더 리얼한 문장들. 책은 1인 출판사 스위밍꿀이 크라우드펀딩으로 500만원을 모아 만들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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