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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장 경선 다음날 ‘양보 바보 원혜영’ 회자된 까닭은

입력
2018.05.17 16:4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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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6선)이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지 하루가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선 ‘원혜영’이란 이름 석자가 회자됐다. ‘아름다운 양보’가 키워드다. 지역주의 벽에 도전하며 낙선을 반복한 ‘바보 노무현’에서 따온 듯, ‘양보만 하는 바보 원혜영’이란 수식어가 들려왔다.

원 의원(5선)이 마음을 접지 않고 당내 국회의장 후보경선에 나섰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반기 의장 경선은 당초 범친문계로 분류되는 문 의원이 비문계인 5선의 박병석 의원을 크게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였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20표차에 불과했다. 당장 원 의원과의 3파전이 됐다면 하반기 의장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관전평이 쏟아졌다. 결선투표 없이 최다 득표자 1인을 의장 후보로 선출키로 돼있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원 의원이 아무리 못 받아도 20표 이상은 받았을 것”이라며 “누가 승자가 됐을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의장 경선에 나서기 위해 오랫동안 바닥을 다져왔다. 하지만 의장 경선을 1주일 앞둔 10일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국회를 바로 세우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돕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며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최대 수혜자가 문 의원이라는 데 이견이 적다. 문 의원도 의장 후보 선출 후 인사말에서 “원혜영 의원, 나는 그분의 이름을 올리면서 참으로 가슴이 쓰립니다”라며 경의를 표했다. 문 의원은 “가만 있으면 자동적으로 부의장 0순위인데, 의장을 우리가 가지고 오면서 큰 결심을 해주셨다. 또 한번 박수를 부탁 드린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원 의원은 2016년 6월 치러진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 경선 때도 사실상 문 의원을 위한 양보의 길을 택했다. 뒤이어 전당대회도 기회를 사양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던 김부겸 의원 등이 원 의원의 도전을 권유했지만, “개헌과 정치개혁에 집중하겠다”며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 원로 인사는 “원 의원 사무실에 걸려 있는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글귀가 원 의원을 가장 잘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원 의원의 여권내 입지를 감안한다면 그의 행보를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1996년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김원기 노무현 등과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를 결성했다. 원혜영은 노무현을 만든 원년 멤버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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