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코 I &II’ 주연 배우 가라타
첫 작품으로 칸 경쟁부문 초청
소녀시대 뮤비 등 한국과 인연
“한국영화 출연 위해 한국어 공부”
“첫 영화 출연에 첫 주연, 게다가 첫 영화제 방문인데 그곳이 칸이라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실감나지 않아요.” 일본배우 가라타 에리카(21)는 여전히 꿈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해사한 미소가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영화 ‘아사코 I & II’(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가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가라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공식 상영에서 생애 처음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보다 더 빛날 수 없는 스크린 데뷔식이었다. 16일 칸에서 마주한 가라타는 “드레스 자락을 살짝 밟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애칭인)‘가라짱’다웠다고 응원을 해줬다”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말했다.
‘아사코 I & II’는 갑자기 사라진 첫 사랑을 그리워하는 아사코(가라타 에리카)가 2년 뒤 첫 사랑과 똑같이 닮은 남자 류스케(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라타는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임에도, 닮은 듯 다른 두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아사코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빚어냈다. 가라타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아사코에게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아사코는 거짓이 없고 자기 감정에 솔직해요.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도 생기지만, 그런 솔직함은 저와 닮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사코처럼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은 못 해 봤다”면서 가라타가 명랑하게 웃었다. “아직 어른들의 연애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정말 멋있는 일 같아요. 마음을 멈출 수 없어서 불안하기도 할 테지만요. 복잡한 그 감정이 사랑일까요?”
원작 소설(시바사키 도모카의 ‘자나깨나’)이 워낙 유명한 데다 1인 2역 남자주인공에 관심이 쏠려 있어서, 가타라는 캐스팅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아사코의 감정 흐름을 따라가는 이야기였다. 가라타는 “영화 영문 제목이 ‘아사코 I & II’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눈빛을 빛냈다.
영화엔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을 연상시키는 설정이 등장한다. 사랑했던 두 남자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는 센다이, 대지진에서 모티브를 얻은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도 있다. “대지진까지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바닥까지 내려갔던 감정을 서서히 회복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치유’와도 같은 맥락일 수 있겠네요.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처럼 솔직하게 마음을 보여주는 것도 비슷하고요.” 실제 센다이 지역에서 촬영할 때는 지진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간이시설에 방문했고, 현지 주민들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가라타는 “그분들의 아픔을 함께 느꼈다”고 말했다.
가라타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룹 소녀시대의 일본 발매곡 뮤직비디오와 가수 나얼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한국 휴대폰 광고에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어릴 적 TV에서 그룹 빅뱅을 보고 K팝 팬이 됐고, 데뷔 준비를 하면서도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갖고 있었는데, 꿈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할 계획이다. “언젠가 한국영화에도 꼭 출연하고 싶어요. 요즘 열심히 한국어 공부하고 있어요.”
꼭 한번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배두나와 양익준을 꼽았다. 두 사람이 각각 출연한 영화 ‘도희야’(2015)와 ‘똥파리’(2009)를 인상적으로 봤다고 한다. “연기에 힘을 주지 않아도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두 분의 연기가 그런 것 같아요. 너무나 닮고 싶어요.”
패션모델을 꿈꿨던 가라타는 고등학교 시절 테마파크 목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현재 일본 소속사 매니저에게 발탁돼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배우가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인지 고민이 깊던 때에 이 영화를 만났다. “촬영하면서 연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어요.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고요.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아사코 I & II’는 9월 일본에서 개봉한다. 가라타의 두 번째 영화 출연작도 곧 공개될 예정이다. 가라타는 “한국에서도 꼭 영화가 개봉했으면 좋겠다”며 “또 만나요”라는 한국어 인사를 마지막으로 보탰다.
칸=글ㆍ사진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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