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인증을 받았다는 출시 예정 가상화폐가 알고 보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낚시’로 밝혀졌다. SEC가 가상화폐에 대한 깜깜이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할 목적으로 가짜 사이트를 만든 것이다. SEC는 최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은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가상화폐 시장 길들이기에 나선 상태다.
가상화폐 이름은 ‘하위(Howey)코인’으로 정식 홈페이지까지 있다. 홈페이지에는 해당 코인이 미국 정부 공식 인증을 받았고, SEC 산하 기관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며 지금 코인을 구매할 경우 최대 25%까지 할인 가능하다는 ‘그럴싸한’ 설명도 담겼다. 하지만 정작 구매 버튼을 클릭하면 결제 화면이 아닌,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위한 SEC의 교육용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하위코인은 실존하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SEC는 이 홈페이지에서 “만약 이런 식의 가상화폐 투자 제안을 받았다면, 그건 금융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기 위험징후 몇 가지를 소개했다. ▦높은 수익률 보장 ▦유명인 추천 ▦신용카드로 구입 가능 등이다. SEC는 “이런 징후들을 보면 해당 코인이 사기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기 위험을 경고하기 위한 교육 목적으로 가짜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위’라는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SEC는 현재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볼지, 상품으로 볼지 조사 중인데 조사 결과의 향방을 가를 미국 대법원 판례의 별칭이 ‘하위 테스트’이다. 만약 이더리움이 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증권거래법 규제를 받기 때문에 SEC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물론, 여러 관련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다.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은 16일(현지시각)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가상화폐의 빠른 성장은 반대로 금융 사기꾼들이 판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셈이 됐다”며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원하는 만큼, 그 아래 숨겨진 사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이 가짜 사이트는 그런 사기의 징후를 경고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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