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이 총선 패배 후 국영 투자기업 1MDB 스캔들로 수사 대상에 오른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자택과 사무실 등 5곳을 한밤중에 압수수색했다.
말레이 지역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다수의 경찰들이 수도 쿠알라룸푸르중심가 부킷 빈탕에 있는 파빌리온 레지던스 등 아파트 2곳, 서쪽 타만 두타 구역의 저택 등지를 간밤에 수색했다. 수사관들이 상자 여러 개를 들고 나와 트럭에 싣는 모습이 현지 언론에 목격되기도 했다.
특히 타만 두타 저택의 수색은 약 6시간이 걸렸다. 수색 종료 후 저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나집 전 총리의 변호사 하팔 싱 그레월은 “집이 거대했고 수사관들이 모든 방을 수색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면서 “경찰로는 어떤 문서도 넘어간 것이 없고 개인 소유물 2~3상자만 가지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레월은 “나집 전 총리 가족은 경찰 수사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더 스타에 따르면 아마르 싱 상업범죄수사국장은 경찰이 나집 전 총리와 연관된 장소 5곳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가운데 한 곳은 나집 전 총리의 집무실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나집 전 총리는 2009년 수립된 국영 투자기업 1MDB를 통해 최대 60억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의 나랏돈을 빼돌렸고, 그 가운데 7억달러는 개인 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정부 검찰은 나집 전 총리를 무혐의 처분했으나, 정권 교체 이후 재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2일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나집 전 총리와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의 출국을 금지했고, 나집 전 총리는 이전 집권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현 총리는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나집 전 총리에 대한 형사 고발이 진행될 것이라며 “나집과의 거래는 없다”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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