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봉은사의 ‘시왕도(十王圖)’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1950∼1960년쯤 외국에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후기 불화다. 시왕도는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10대 왕의 재판 광경과 지옥에서 고통 받는 망자를 그린 그림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미국 경매에서 낙찰 받은 불화 한 점을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공개했다. 네 폭으로 구성된 봉은사 시왕도의 남은 한 점이다. 나머지 세 점은 국내에 있다. 한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두 점은 동국대 박물관에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시왕도 역시 1990년대 미국 경매에서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시왕도 공개 행사에서 “이산가족처럼 흩어져 있던 봉은사 시왕도가 제자리를 찾았다"며 "문화재의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불교 용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은사 시왕도는 외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조사해 환수하는 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조계종, 봉은사의 협업으로 되찾게 됐다. 재단은 지난달 시왕도가 미국 경매에 나온 것을 찾아내 조계종에 알렸다. 조계종은 봉은사 시왕도 진품임을 확인하고 환수 추진단을 꾸려 경매에서 사들였다. 봉은사는 시왕도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고불식(告佛式)을 조만간 연 뒤 그림을 공개한다. 시왕도의 나머지 세 점과 함께 온전한 불화로 모아 봉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봉은사로 돌아온 시왕도는 건륭 42년인 1777년 승려화가 인종, 수밀, 영인, 도준, 상훈 등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크기는 가로 148.3㎝에 세로 114.8㎝이며, 비단에 채색했다. 한 폭에 시왕 한 존(명) 씩을 그리는 여느 시왕도와 달리 제2대왕과 제4대왕을 함께 담았다. 봉은사 시왕도와 화엄사 시왕도에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시왕도에도 시왕이 두 명이고 동국대 소장 시왕도엔 시왕이 세 명이다. 네 점에 묘사된 시왕이 모두 10명으로, 시왕이 반세기 만에 함께 모이게 된 셈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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