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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가계부, 매달 17만원 ‘구멍’

입력
2018.05.16 19: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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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식비로 급여 88% 사용

교육비는 쓸 엄두도 못 내

자녀 식비 하루 평균 3900원

건보 적용 안 되면 치료 포기

생활비 모자라 카드 돌려막아

“기본적인 생활이 안 돼요”

그래픽=박구원기자
그래픽=박구원기자

중학생 자녀를 홀로 키우는 한부모 가장 A(40대)씨의 가계부는 늘 적자다.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생계ㆍ주거ㆍ교육급여로 한 달에 약 62만원을 받지만 88%(약 55만원)는 식비와 주거비로 쓰인다. 자녀 교육비도 한푼 못쓸 만큼 허리띠를 조르지만 매달 18만원을 수입보다 더 쓰게 된다. 성장기인 자녀 식비는 고작 하루 평균 3,900원 꼴. A씨는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16일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기초법공동행동)이 발표한 기초생활 수급가구 생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는 수급가구의 가계부는 대부분 마이너스였다.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수입으로 보고 지출을 따져보니 월평균 가계수지는 17만3,470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2,3월 사이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는 30가구를 면접조사한 결과다.

기초생활 수급자들에게 가장 부담이 큰 항목은 주거비였다. 조사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14가구가 주거비 비중이 생활비의 30%를 넘는 ‘주거비 과부담’ 상태였다. 공공임대주택 신청에서 탈락해 어쩔 수 없이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생활비가 부족한 수급자들은 두 번째로 지출이 큰 항목인 식비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수급 가구의 1인 하루 평균 식대 지출은 6,650원. 하루 세끼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라면이나 편의점 도시락, 무료급식 등을 이용하고 있었다.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또 다른 수급자 B씨는 ‘밥도 하루 두 끼만 먹고 반찬은 매일 두부, 콩나물, 김치만 먹고 과일이나 빵은 못 사먹는데도 늘 쪼들린다”며 “수급비는 굵어죽지 않기 위해 알맞은 금액, 생명유지선 같다”고 했다.

수급대상자들은 대개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지만 적절한 식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의료급여가 지원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의 경우 치료를 포기하기도 했다.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C씨는 장애 특성상 6개월에 한번씩 근육 이완을 위한 보톡스를 맞아야 하는데 1회 비용이 53만원 가량이라 포기한 상태다.

낮은 급여로 한 달을 살다 보니 수급자들은 지출에 대한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안고 있었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수급자 D씨는 “생활비가 모자라면 카드를 쓰고 일명 ‘돌려막기’를 하는데, 카드마저 연체되면 아이들 부식비를 줄인다”며 “먹고 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7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로 개편하면서 수급자의 개별 욕구에 맞춰 삶의 질을 올리겠다는 제시했지만 현재 급여액(1인가구 기준 생계급여 50만1,632원)으로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실제 수급자들이 생각하는 1인 가구 기준 한달 최소 생계·주거비는 평균 92만9,000원이다. 실태조사를 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생활에 쪼들린 수급자들이 관계 단절을 자처하고 이로 인해 탈수급이 점점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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