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동남아 휩쓰는 유커
베트남을 찾은 유커(游客ㆍ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베트남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 해역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입국해 논란이 일고 있다.
뚜이쩨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3일 10여명으로 구성된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뒷면에 구단선(九段線)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깜란국제공항의 입국 심사대를 통과했다. 구단선은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범위를 표시한 9개의 선이다.
이들은 베트남 입국 심사 때는 점퍼를 걸쳐 셔츠를 감췄다. 그러나 입구 허가를 받은 뒤 공항 청사를 나서는 과정에서 구단선 티셔츠가 노출돼 공안이 출동했고 여행에 제동이 걸렸다. 깜란공항 이민국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심사대를 통과할 때 모두 각자 점퍼를 입고 있었다”며 “문제의 티셔츠를 인지했더라면 조치를 먼저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경찰은 현장에서 티셔츠를 모두 몰수하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여행사는 중국인 관광객의 개인정보를 보안 당국에 제출했다.
소식을 접한 베트남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호찌민시에 사는 응우옌 콰씨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다. 폭도들이다. 그러므로 베트남에서 즉각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닌 독자인 롱 판씨는 “우리는 베트남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추방과 영구 입국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찌민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현지 국제여행사 관계자는 “중국과 베트남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곧장 여행객 수에 변화가 나타난다”며 “중국이 베트남 관광산업의 큰손인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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