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지적 참견시점’이 세월호 화면 삽입 사태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느낌표가 아닌 더 큰 물음표를 남겼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는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조사위원회 활동 종결에 따른 조사결과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사위원 오세범 변호사와 조능희 위원장(기획편성본부장), 고정주 위원(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위원(예능본부 부국장), 오동운 위원(홍보심의국 부장), 이종혁(편성국 부장)이 참석했다.
앞서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지난 5일 방송에서 이영자와 매니저의 어묵 먹방 장면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특보 화면을 배경으로 삽입해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과거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오뎅에 비유하며 희화화해 공분을 샀던 만큼, 이번 사태는 네티즌들의 비난 직격탄을 맞았다.
‘전지적 참견시점’ 측은 해당 논란이 불거지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이어 MBC 측과 최승호 MBC 사장 역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철저한 조사로 진상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전지적 참견시점’은 지난 12일과 오는 19일, 2주분 방송을 결방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MBC 측은 이날 조사위원회 활동 종료를 알리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격적인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MBC 측은 “조사에 미진함이 없었는지 재차 확인하고 외부 검증 절차를 거치기 위해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조사위원장을 맡은 MBC 기획편성본부장 조능희 본부장은 “이번 사태로 큰 상처를 받으신 세월호 유가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조 본부장은 ‘전지적 참견시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 본부장은 “5월 9일 조사 시작 및 예비 조사를 시작했다.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관계자 면담조사를 진행했다. 관계자 면담 조사 진행 후 5월 10일 조사의 확대 및 현장 조사가 필요함으로 조사 확대가 결정됐고, 오세범 변호사를 선임해 1차 조사에 착수했다. 프로그램 제작 전 과정을 현장에서 따라다니면서 현장을 직접 점검하면서 관계자를 면담하고 제작 과정 전체를 조사하는 과정이었다”고 조사 과정을 밝혔다.
이어 “1차 조사 이후 조사결과 검토 및 추가 확인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14일 추가 확인 조사를 하고 마무리 지었다”며 “또 편집실, 컴퓨터 그래픽실, 더빙실 등 실제 현장에서 모든 조사를 진행했으며 모든 제작 관계자들을 면담 조사했다. 또 본의 동의 하에 제작진 6명의 휴대전화, SNS 활동 지수 등도 조사했다”고 세밀한 조사가 이루어졌음을 강조했다.
이어 오동운 홍보심의국 부장은 조사결과에 대해 “세월호 관련 뉴스 화면과 자막은 해당 방송 편집을 담담했던 조연출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라며 “5월 1일 화요일에 조연출은 FD에게 편집에 필요한 멘트와 그 내용이 들어있는 영상 자료를 요청했다. FD는 자료를 찾았고, 2일 수요일에 자료를 조연출에게 전달했다. 전달 자료는 총 10건이었고, 그 중 2건이 세월호 관련 뉴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뉴스 앵커 멘트 2컷이 포함된 자료 10건이 전달되었고, 조연출은 해당 2컷과 다른 1컷을 사용해 영상을 편집했다. 3일 새벽 조연출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의뢰한 뒤 편집을 완료했다. 이어 5월 4일 금요일에는 CG 처리된 화면에 자막 처리 하는 작업 역시 조연출이 외부 업체와 함께 진행했다”고 순차적인 편집 과정을 밝혔다.
이어 “조연출이 뉴스 영상을 사용한 목적에 대해 묻자 1차 시사 이후 방송의 이영자 씨의 에피소드를 조금 더 주목할 수 있게 뉴스 속보처럼 구성하고자 했다며 세월호 영상은 뉴스 속보 형태의 편집을 위한 최선의 멘트라고 생각해서 사용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또 “해당 장면 속에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등의 앵커 멘트가 들어갔다. 조연출은 첫 번째 화면이 세월호 관련 화면인 줄 몰랐다고 밝혔다. 배경이 세월호와 관련 없는 듯한 CG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만 세 번째 영상은 세월호 영상인 것을 인지했다고 한다. 이에 조연출은 배경을 보이지 않게 처리하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의도를 전했다”고 편집 당시 조연출의 의도와 생각을 밝혔다.
또 이날 조사위원회 위원들은 해당 영상을 편집한 조연출이 문제가 된 ‘어묵’이라는 단어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세월호를 희화화하는 단어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해당 조연출 뿐 아니라 제작 책임자에 대한 징계요청을 했다”며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희화화 의도를 가지고 해당 장면을 사용했다고 볼 순 없지만 단순 과실로 볼 수는 없었다”며 “웃음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영상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방송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 이다. 또 총괄 책임자인 본부장 등도 시사 과정에서 인지하지 못한 것과 미흡한 사후 조치 등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도 전해졌다.
최종적으로 ”‘전참시’ 조사위원회는 세월호 가족 대책위 변호인단으로 활동한 오세범 변호사를 외부위원으로 위촉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사건은 제작진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벌인 고의적 행동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는 결론을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 출연자, 희생자 가족들에게 끼친 상처는 심각했다“며 ”무엇보다 조사위원회는 해당 사건이 해당 조연출 개인의 과실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게이트 키핑 부실, 파편화된 제작 과정, 꼼꼼하지 못한 관리 감독 등 제작과정의 허점을 확인했다. 수많은 제작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소홀히 지나칠 때 이번 사건을 또 다시 되풀이 될 것이다. 제작윤리 등을 재점검해야한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번 사건이 또 한 번 세월호 가족들을 죽이는 것이라 말씀하셨다. 이것이 한 개인이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단순 사고나 시스템의 문제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경한 징계 예고와 함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다만 프로그램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돼 모든 것이 현재 스톱되어있는 상태다. 출연자들 역시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상태“라며 ”각 출연자들과 논의해서 향후 방송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생각이다. 정리 되는대로 말씀드리겠다.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이 전해졌다.
이날 ‘전참시’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조연출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었지만, 특정한 의도는 없었으며 추후 관련자들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 프로그램 존폐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로 축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이 그랬듯, 조사 결과를 기다리던 시청자들에게는 속 시원한 해답이 아닌 더 큰 물음표만이 남았다. 과연, ‘가능한 선 안에서, 최대한으로. 당사자와 관련자들의 심문만을 통해’ 조사한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냐는 것이다.
이런 지점들에서 여전히 ‘전참시’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조사는 마쳤지만, 징계 수위 결정과 프로그램 출연진과의 논의 등 많은 것들이 남아있는 ‘전참시’는 예정된 19일 방송 결방이 끝난 후에도 당분간 방송을 재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전참시’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린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