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를 일방 통보하면서 최근 급등세를 이어오던 남북경협주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협 기대감과 더불어 부풀었던 테마주 투자 심리가 북한발 돌발 악재로 급랭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대북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이력 덕분에 대표적 경협주로 부상했던 범(汎)현대가 기업 주가부터 급락했다. 현대건설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6.35%(4,700원) 하락한 6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그룹의 대북창구인 현대아산 지분을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는 10.33% 하락했다. 남북 철도연결 사업 전망에 수혜를 입었던 현대로템은 15.69% 빠졌다.
이날 경협 테마주 급락은 철도, 비료, 개성공단 등 재료를 가리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지난달 27일과 이튿날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26일 대비 두 배 이상 주가가 올랐던 철도주 푸른기술은 이날 하루 14.5% 빠졌고 대호에이엘(-13.23%), 대아티아이(-9.05%)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좋은사람들(-16.24%), 비료 제조ㆍ판매업체 조비(-15.77%), 금강산 관련주인 일신석재(-18.24%) 등도 10% 이상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예상치 못한 말 한마디로도 큰 변동에 직면할 수 있다”며 “특히 손바닥 뒤집듯 자주 말을 바꿔온 북한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경협 관련주에 대해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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