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편법 상속ㆍ증여 혐의가 있는 50개 대기업ㆍ대자산가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16일 밝혔다. 대기업 총수일가의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을 정조준하고 나섰다는 평가다.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2세ㆍ3세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편법ㆍ탈법을 통한 경영권 세습과 부의 이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요 세무조사 대상은 ▦자녀 출자법인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통행세를 보장해 부당이익 제공 ▦친인척ㆍ임직원 명의의 협력사나 위장계열사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차명주식 등을 통한 변칙 상속ㆍ증여 ▦분할이나 합병 등 변칙 자본거래를 통한 부(富)의 무상이전 등이다. 국세청은 대기업 자본변동 내역 및 경영권 승계과정, 국내외 계열사간 내부거래 및 총수일가 재산ㆍ소득현황 등을 종합 분석해 세금 탈루 혐의가 짙은 대기업 및 사주일가를 ‘핀셋’ 선정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원자재 납품 과정에서 자녀가 운영하는 기업을 중간에 끼워 넣어 부당이득을 제공한 대기업그룹 사주가 포함됐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친인척과 임직원이 대표인 다수의 외주가공업체에 외주 가공비를 과다 지급하고 그 차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기업인도 적발됐다. 또 국세청은 계열사가 코스닥 상장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 하기 직전에 계열사 주식을 자녀에게 양도해 상장차익을 변칙 증여한 사례도 살펴보고 있다.
이날 국세청은 지난해 대기업ㆍ대재산가의 변칙적ㆍ지능적 탈세 1,307건을 조사해 2조8,091억원을 추징(23명 검찰고발)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는 2012년(1조8,215억원)과 비교해 54%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김현준 국장은 “향후에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과정을 면밀히 검증하고, 경영권 편법 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에 대한 검증ㆍ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거래처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의 탈루행위를 철저히 적발해 대기업 사주일가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적극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