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5종 월드컵 첫 메달 김선우
수영하다가 전향 고2때 국가대표
체력 좋고 과감한 성격 기량 쑥쑥
펜싱에 특히 강하고 승마도 잘해
사격+육상 보완 위해 체력 훈련
3종목 줄곧 1위… 막판 추격 허용
“결승선 통과 때까지 예측 못하죠”
근대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근대 5종을 “진정한 스포츠”라고 높이 평가했다. 수영, 펜싱, 승마, 육상에 사격까지 모두 소화하려면, 종목별 기량뿐 아니라 고도의 체력과 집중력까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미 100년 전부터 올림픽에 채택된 종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생소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아니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뭘 하는 종목인지 모르겠다”는 게 좀 더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이런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김선우(22ㆍ한국체대)가 지난 7일 헝가리 케치케메트에서 열린 세계 근대5종 월드컵 3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첫 메달(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선우는 말 그대로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근대 5종 선수가 됐다. 중학교 때만 해도 수영이 주 종목이었다. 또래보다 체력이 좋아 철인 3종(수영, 사이클, 육상)에 관심을 갖긴 했지만, 근대 5종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친구를 따라 ‘근대 5종 중고연맹전’을 관람하러 갔다가 푹 빠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아예 주 종목이 됐다.
기량은 쑥쑥 컸다. 고2 때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이듬해에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언니들과 함께 금메달을 따는데 일조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역대 대한민국 여자 선수로는 최고 성적인 13위를 했다. 특히 2016년과 2017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2연패를 했는데, 국내 최초 기록이다.
‘되든 안되든 일단 공격하고 보자’는 과감한 플레이 스타일이 근대 5종에 적합했다. 점수 비중이 높은 펜싱에서 상ㆍ하위권 기량 차가 크게 발생하는데, 김선우가 바로 펜싱 종목에서 강세다. 국가대표팀 김성진 코치는 “과감하게 공격 타이밍을 잡아 상대를 당황시킨다”면서 “또 중심 이동이 빨라 공격 속도도 매우 빠르다”라고 평가했다. 수영 역시 어렸을 때부터 해온 주 종목이라 자신이 있다. 부상 위험이 큰 승마도 아직까지 큰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다만, 극도로 체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육상에서는 ‘세계의 벽’을 통감하고 있다. 세계 톱랭크에 포진한 동유럽 선수들에 비해 30초가량 뒤진다. 김선우는 “레이저 런(육상+사격)에서 기존 기록보다 시리즈 당 5초씩 줄이는 걸 목표로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 “육상은 많은 훈련량을 필요로 하는 종목이라 최근에는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대 5종에서 육상과 사격은 2008년부터 통합돼 ‘레이저 런’으로 치러진다. 이전에는 3,000m를 먼저 뛰고 사격 20발을 쐈지만, 지금은 800m를 뛰고 사격 5발을 쏘는 ‘시리즈’를 4번 반복한다.
물론, 김선우가 승승장구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특히 올해 3월 미국 LA 세계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24위에 그치며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팍팍한 국내외 대회 일정에 체력이 고갈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슬럼프를 고교생 후배들과 함께 극복했다고 한다. 김선우는 “모교인 경기체고에 교생 실습을 나갔는데, 후배들과 함께 어울려 기본기와 기초 체력을 다지다 보니 점차 예전 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근대 5종의 매력에 대해 김선우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김선우는 케치케메트 월드컵에서 수영ㆍ펜싱ㆍ승마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도 마지막 레이저 런에서 막판 추격을 허용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김선우는 “한 종목을 잘 하더라도 나머지 종목을 망칠 수도 있고, 자신 없던 종목에서 의외의 성적이 나오기도 한다”면서 “인간만사 새옹지마를 너무 이른 나이에 제대로 배우는 중”이라며 웃었다.
당면 과제는 오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선수들의 기량이 만만치 않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금 더 멀리 보자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올림픽 근대 5종 메달’ 획득이 목표다. 김성진 코치는 “여자선수들의 경우 20대 후반에 최절정의 기량을 보인다”면서 “김선우의 나이 및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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