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송면중 학부모들 스승의 날 깜짝 선물

15일 오전 8시 30분쯤 충북 괴산군 송면중학교 교무실에 학부모 3명이 꽃다발 6개를 들고 나타났다. 이들이 가져온 꽃은 카네이션이 아니라 들판에 지천으로 널린 야생화였다.
교사들에게 꽃다발을 건넨 이들은 “스승의 날 선물 때문에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워 할 까봐 야생화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꽃다발은 교무실과 도서실, 급식실, 교장실, 행정실에 전달됐다.
이들은 동네 야산과 들판에서 개망초 금낭화 등 토종 들꽃을 꺾어 화환을 만들었다. 유리병에 꽃을 담은 뒤 재활용 포장재로 정성껏 감싸고 리본을 달았다.
김민지(43) 학부모회장은 “학부모 회원 10여명이 2,3일 동안 동네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채집한 꽃”이라며 “꽃다발을 만드는데 비용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이 스승의 날에 야생화를 교사들에게 선물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 스승의 날 선물 문제로 선생님들이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회의를 거쳐 “감사의 마음만 담은 야생화를 선물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런 순수한 뜻을 알게 된 교사들도 흔쾌히 이 선물을 받아들였고, 야생화 꽃다발 전달은 이 학교 스승의 날 행사로 자리잡았다.
때문에 이 학교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만 되면 선물을 주고 받는 문제로 혼란을 겪을 일이 없다고 한다.


이날 학부모들로부터 야생화를 선물받은 직후 이 학교 김상열 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용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지만 받는 저희 교직원들에겐 수백만원 명품보다 더 값진 마음의 선물’이라고 썼다.
그는 ‘들판에 피어난 야생화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 학부모님의 정성을 생각해 더 열심히 성심을 다해 우리 아이들을 키우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교직원 최윤정씨는 “학부모들이 직접 만든 귀한 선물 덕분에 아침부터 학교 분위기가 환해졌다. 교사와 제자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스승의 날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고 말했다.
산골 오지에 자리한 송면중학교는 전교생 28명, 교사 10명의 자그마한 학교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 학교는 원주민, 귀농한 학부모들과 잘 협력해 지역 공동체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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