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1급 발암물질인 방사성 기체 라돈을 내뿜어 논란이 된 ‘라돈 침대’의 방사선 피폭량 조사결과를 5일 만에 번복했다. 기준치 이하란 당초 결론과 달리, 라돈 피폭량이 기준치의 최대 9.35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오면서 민감한 사안에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5일 원안위는 라돈 침대로 지적된 대진침대에 대한 2차 조사 결과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7종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결함제품으로 확인돼 수거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안위가 조사한 7종 모델은 대진침대의 그린헬스2, 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슬리퍼, 모젤, 벨라루체, 웨스턴슬리퍼, 네오그린슬리퍼다. 이 중 그린헬스2의 경우 하루 10시간을 침대 2㎝ 높이에서 호흡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피폭량이 라돈은 0.39m㏜(밀리시버트), 라돈의 동위원소인 토론은 8.96m㏜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둘을 합산하면 9.35m㏜로 국제적인 생활방사선 노출기준(연간 1m㏜)을 훌쩍 넘긴다. 네오그린헬스(8.69m㏜), 뉴웨스턴슬리퍼(7.60m㏜), 모젤(4.45m㏜) 등 다른 제품 역시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 병원에서 흉부 엑스레이를 1회 촬영할 때의 피폭선량은 0.1~0.3m㏜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10일 1차 조사 결과에선 대진침대 매트리스의 연간 피폭량(최대 0.15m㏜)이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가 불과 5일 만에 뒤바뀐 데 대해 원안위는 “조사범위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1차 조사 때는 문제를 유발한 모자나이트가 포함된 속커버만 살펴봤지만 2차 때는 모자나이트가 쓰인 것이 뒤늦게 확인된 매트리스 스펀지까지 추가 조사하면서 방사선 피폭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모자나이트는 천연 방사성 핵종인 우라늄과 토륨이 1대 10으로 함유된 물질이다. 규제기구인 원안위가 시료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서둘러 결과발표에 나서면서 소비자 혼란을 자초한 셈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대진침대의 다른 모델에 대한 조사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조사 결과 안전 기준 부적합 여부가 확인될 경우 추가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라돈 침대의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용자들의 집단 피해보상 청구 소송도 확대될 전망이다. 집단소송을 추진 중인 법무법인 태율의 김지예 변호사는 “더 많은 피해자들이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진침대 라돈 사건 집단 소송 인터넷 카페에는 현재 6,500여명이 가입해 있다. 이 중 900여명이 소송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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