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가족여행을 주제로 5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어르신을 모시고 가거나 아이와 동행해도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관광지다.
▦섬진강 따라 칙칙폭폭,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섬진강기차마을은 구 곡성역사(등록문화재 122호)와 전라선 폐선 일부 구간을 활용해 꾸민 기차 테마파크다. 18~28일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는 장미공원, 놀이 시설 드림랜드, 도깨비를 테마로 꾸민 요술랜드, 기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치치뿌뿌놀이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농장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시원한 역’ ‘개운한 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화장실, 놀이터와 가로등도 모두 기차로 장식했다. 가장 큰 자랑은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다. 섬진강을 따라 증기기관차가 달리고, 페달을 밟으면 레일바이크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증기기관차는 하루 5차례 기차마을과 가정역 구간을 운행한다. 3칸 중 가운데 칸은 지하철처럼 의자를 양쪽으로 길게 설치했다. 기차가 움직이자 윤재길씨가 매점 카트를 밀기 시작한다. 교련복에 국방색 책가방을 메고, 팔에는 반장 완장을 찬 윤씨는 증기기관차의 명물이다. 이동 매점은 삶은 달걀과 쫀드기 같은 추억의 먹거리를 판매한다. 차창 밖으로는 연둣빛 강물이 흘러간다. 선로는 국도17호선을 사이에 두고 섬진강과 나란히 달린다. 느릿느릿 움직이기 때문에 섬진강의 봄 풍경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가정역에서 30분간 정차한다. 역을 나오면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다리를 지날 때면 강바람이 시원하다. 가정역으로 돌아올 때는 출렁다리 상류 두가세월교를 건넌다. 섬진강레일바이크는 침곡역을 출발해 가정역까지 하루 5차례 운영한다. 2인용과 4인용이 있으며 약 30분이 걸린다. 왼편으로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오른편은 신록의 숲 터널이다.
▦언제 가도 좋은 왕의 숲, 포천 국립수목원
그늘 짙은 전나무 숲과 6,000여종의 식물이 내뿜는 상큼한 향기에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1987년 개원한 국립수목원의 옛 이름은 광릉수목원이다. 1468년 세조의 능림(陵林)으로 지정된 후 550년 동안 생태적으로 잘 보존해 온 숲이다. 크낙새ㆍ하늘다람쥐ㆍ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 20여종을 비롯해 국내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이 서식해, 2010년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수목원의 상징은 전나무 숲이다. 1927년 평창 월정사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키운 묘목이 까마득한 높이로 자랐다. 은은하게 퍼지는 공기가 달고 시원하다. 피톤치드가 가장 배출되는 오전 10시부터 정오 사이가 삼림욕을 즐기기에 가장 좋다. 숲생태관찰로를 걸으면 이름 모를 들꽃과 푸른 향기에 저절로 미소를 머금는다. 육림호 옆 통나무 카페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차를 마실 수도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일부러 커피를 마시려고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덩굴식물원과 수생식물원, 난대식물온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산림박물관은 영상으로 계절에 따른 숲의 변화를 알려주고, 국내외 목재 표본도 전시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유익한 공간이다. 희귀ㆍ특산식물보존원은 국내에 자생하는 희귀식물과 특산식물 400여종을 모아 놓았다.
국립수목원은 매주 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개방한다. 꼭 홈페이지나 휴대폰 앱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는 해설사와 동행해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홍천 수타사 산소길
‘산소길’은 강원도 18개 시ㆍ군이 함께 만든 걷기 길이다. 그 중에서도 홍천 수타사 산소길은 온 가족이 정겹게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서울시청에서 수타사까지는 약 115km, 자동차로 90분 정도 걸려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산책로는 3.8km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산소길 초입의 수타사는 공작산에 포근히 안긴 모양이다. 흥회루와 대적광전 등 전각도 소박하다. 사찰 앞 생태 연못은 옛날 수타사에서 경작하던 논이었다. 길은 수타사 계곡으로 이어지는데 경사가 완만해 크게 힘들지 않는다. 산소길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갈리는데, 갈 때는 계곡 오른편으로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인근 사하촌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계곡물을 끌어오던 수로를 땅에 묻고 만든 길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길이다. 구불구불한 길이 숲을 요리조리 빠져나가 운치 있고 걷는 맛도 난다.
주변에는 층층나무 귀룽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울창해 싱그러운 공기를 내뿜는다. ‘산소길’이라는 이름이 딱 들어맞는다. 흙 바닥이 푹신푹신해 내딛는 발걸음도 부드럽다. 계곡을 내려다보며 40분쯤 걷다 보면 귕소에 닿는다. ‘귕’은 여물통을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로, 물살에 파인 바위가 여물통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귕소에서 상류의 출렁다리를 건너면 길은 물길을 따라 내려간다. 수타사 근처에 이르면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 시원하다. 약 1시간 30분, 가족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한국의 쥐라기공원, 고성 당항포 공룡테마파크
경남 고성에는 5,000개가 넘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분포한다. 이런 자원을 바탕으로 2006년부터 당항포관광지에서 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열고 있다. 당항포관광지 입구는 공룡을 테마로 한 ‘공룡의 문’과 이순신 장군을 테마로 한 ‘바다의 문’으로 나뉜다. 어디로 들어가도 두 공간이 이어지고, 거리를 감안해 공룡열차가 수시로 운행한다. 공룡의 문으로 들어서면 공룡동산, 공룡나라식물원, 한반도공룡발자국화석관, 공룡캐릭터관, 홀로그램영상관, 공룡엑스포주제관 등을 차례로 만난다.
공룡동산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실제 크기와 비슷한 공룡 모형 100여개가 넓은 공간에 모여 있다. 나무 모형 계단에 올라서면 초대형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눈이 마주친다. 카르노타우루스가 초식 공룡을 협공하는 모습은 생동감이 넘친다. 앉아 있는 공룡은 미끄럼틀이다. 공룡나라식물원은 공룡시대부터 살아온 식물을 만나는 공간이다.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20그루를 들여온 울레미소나무도 볼 수 있다. 공룡발자국화석관에는 고성에서 발견된 화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한다. 5D영상관에서는 입체 안경을 끼고 360도 회전하는 의자에서 고성 ‘다이노피아’로 여행을 떠난다.
공룡 테마 공간에서 언덕을 넘으면 이순신 테마 공간이다. 충무공의 사당인 숭충사, 장군의 주요 일화를 영상으로 만나보는 충무공디오라마관, 해전 장면을 소개하는 당항포해전관 등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관광지 입구의 오토캠핑장을 이용하면 당항포관광지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최흥수기자ㆍ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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