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아시안게임 개최 앞두고
IS 추정 세력, 부녀자ㆍ아이 동원
성당ㆍ교회 이어 경찰까지 공격
조코위 대통령 ‘반테러법’ 압박
관광객 감소 등 피해 불가피할 듯
올 8월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두고 연이어 테러가 터지면서 인도네시아가 충격에 빠졌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로 극단주의 무장단체 및 범죄단체, 종파간 분쟁 등의 이유로 테러가 끊이질 않던 인도네시아이지만, 테러 청정지역인 수라바야에서 부녀자와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된 테러가 확인되면서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14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자체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이용해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바라야 도심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는 “폭탄을 실은 오토바이로 작전에 나선 순교자들이 인도네시아 경찰본부 입구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앞서 13일 오전 9시쯤 9세 소녀를 포함한 일가족 6명이 시내 성당과 교회 3곳에서 연쇄 테러를 벌여 14명의 사망자와 60여명의 부상자를 냈다. 이후 하루만인 14일 테러활동 진압에 나선 지역 경찰본부까지 오토바이 2대가 자살폭탄공격을 감행했다. 오토바이 탑승자 4명이 숨지고 경찰관 4명과 시민 6명이 부상했다. 현지 경찰은 “오토바이 테러 4명 모두 일가족”이라며 “아버지 디타 우프리아르토(46)는 인도네시아의 IS 연계 테러조직(JAD)의 수라바야 지역 담당자”라고 밝혔다.
연이은 테러, 그것도 IS 추종자들이 벌인 테러로 당장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공안당국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아시안게임조직위(INASGOC)와 자카르타 주정부는 아시안게임 보안을 강화키로 했다. 에릭 토히르 조직위원장은 “경찰과 군, 사이버테러대응기구(BSSN)와 협조해 대회 참여 45개국 1만5,000명 선수들의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디아가 우노 자카르타 부지사는 “세계 각국의 취재진, 관중 안전을 위해 안면인식 기능을 갖춘 폐쇄회로(CC)TV 6,000대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국제 행사를 앞두고 연쇄 테러가 발생하자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그는 일련의 테러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반테러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반테러법안은 ‘테러의 정의’를 놓고 정파 간 논쟁으로 의회에 계류 중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의회가 이달 안에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포고령을 발령해서라도 테러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며 의회를 압박했다.
조코위 대통령의 행보에도 불구, 잇따른 테러 여파로 관광객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호주 외교부는 발리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전역 여행 경고를 발령하고 현지 여행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호주에서 가까운 인도네시아는 매년 호주 관광객 100만명이 찾는다. 줄리 비숍 외교장관은 “어린이를 동원한 이번 사건은 인도네시아 내 테러의 새로운 수준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지난 2002년 발리 나이트클럽 폭탄 테러로 202명이 사망한 뒤 인도네시아 관광산업은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한국의 교민사회, 진출 기업들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병삼 KOTRA 자카르타 무역관장은 “CJ의 사료 생산공장을 비롯해 KT&G, 대웅제약 등 한국 주요 기업의 생산시설이 있는 수라바야는 최근 20년간 테러가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는 이례적으로 안내문을 내고 “르바란(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명절, 6월 중순)을 앞두고 잠복 테러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게 현지 경찰의 분석”이라며 교민들에게 대중이 모이는 곳, 특히 교회나 성당 등 종교 시설 방문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