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자살예방센터에 신청하면 무료 교육 받을 수 있어
#아파트 단지 내 마트를 운영하는 윤모씨는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손님이 계산하겠다며 내민 술과 번개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손님은 최근 3, 4개월 간 계속 술 취한 모습으로 방문했기 때문에 눈여겨보고 있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았던 윤씨는 용기를 내 손님에게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라며 말을 건넸다. 그 한 마디에 손님은 “살고 싶지 않아요, 그저 죽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어깨가 흔들릴 정도로 울먹였다. 윤씨는 무슨 일인지 털어놓으라고 얘기하며 진정시킨 후, 용인시 자살예방센터에 상황을 설명했다. 덕분에 손님은 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웃음도 찾았다.
#군대에 있던 한 20대 남성은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자친구가 통화할 때마다 ‘살고 싶지 않다’고 하자 걱정이 됐다. 여자친구는 겉으로는 밝은 척했지만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적 스트레스도 컸고, 집안의 가장 역할까지 떠맡은 상황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병까지 얻게 됐던 것. 군인 신분이어서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웠던 남성은 자살예방교육을 받으며 익힌 자살신호 식별법을 사용해 여자친구가 자살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자살예방 교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자친구는 교관의 전화 상담과 지역 자살예방센터의 도움을 받아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2013년부터 보급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뻔한 주변인들을 자살 위험에서 구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라 지난 3월 19일부터 전 국민이 언제든지 무료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인 ‘보고듣고말하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중앙자살예방센터에 교육장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보고듣고말하기’란 국민 누구나 주변인의 자살 징후를 쉽게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여 자살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이다.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 행동, 상황적 신호를 ‘보고’, 자살 생각을 묻고 죽음과 삶의 이유를 ‘듣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의뢰하는 ‘말하기’의 방법을 사례와 함께 교육한다. 이렇게 양성된 게이트키퍼는 생활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자살 위험신호를 인지하여 전문기관에 연계하고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다. 센터에서는 상담은 물론 복지혜택을 알려주어 생활고 등 자살까지 이르게 된 원인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중앙심리부검센터에 따르면 자살사망자 대부분이 사망 전 언어, 정서 상태 등의 변화로 자살 징후를 드러냈으나, 주변에서 78.6%는 이를 고인의 사망 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게이트키퍼 교육을 통해 자살 전 위험신호를 미리 알아챌 수 있게 된다면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은 서울 중구 중앙자살예방센터 교육장에서 진행되며, ‘일반인을 위한 보도듣고말하기(180분)’ 교육은 매월 둘째ㆍ넷째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직장인을 위한 보고듣고말하기(110분)’ 교육은 매주 수요일 오후 7~9시에 진행된다. 매 강의 50명 선착순 마감이며, 최소 교육인원 5명에 미달될 때에는 진행하지 않는다. 신청 방법은 먼저 전화(02-2203-0053(내선1번))를 하고 나서 신청서와 개인정보 수집ㆍ이용 제공 동의서를 1부씩 작성한 후 이메일(spcedu@spckorea.or.kr)이나 팩스(02-2203-0054)로 보내면 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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