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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 과학기술 현장 참관 ‘개혁개방’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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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 과학기술 현장 참관 ‘개혁개방’ 벤치마킹

입력
2018.05.15 17: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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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성 단장으로 당 간부들 포함

농업과학원 등 참관 후 경협 논의

中 “북중, 공동 인식 실천 조치”

북미회담 앞두고 한미 등 견제

대북 외교서 영향력 과시 의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게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 모습.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게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내걸고 있는 사회주의식 국가경제발전 방향이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 ‘친선참관단’의 동선이 중국 경제발전 현황을 둘러볼 수 있는 현장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참관단이) 중국의 개혁개방 성취를 보러 방중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박태성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조선노동당 친선참관단이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14일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참관단에는 박 부위원장과 더불어 김수길 평양시 당위원장과 김능오 평안북도 당위원장, 류명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등 당 고위급 간부들이 포함됐다.

이번 참관단의 방문지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중국 최첨단 과학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참관단은 이날 베이징의 농업과학원을 2시간가량 방문해 이 곳 고위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으며, 주요 도시 관계자들과도 회동해 경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말 방중 당시 찾았던,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의 과학원 문헌정보센터를 참관했다.

이에 앞서 지난 7~8일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당시 일부 수행원들은 바다를 메워 만든 문화 체육 거주 단지인 다롄(大連)의 동항상무구와 IT산업 기반의 기업인 화루(華錄)그룹을 별도로 참관했다.

이 같은 북한의 최근 행보는 핵병진 노선을 접고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선언한 노동당 결정을 이행하기 위한 준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전당, 전국이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또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다그쳐 나라의 경제를 지식경제로 전환시키며 과학기술 발전전략과 단계별 목표를 바로 세우고 과학기술작전과 지도에서 전략적 집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식경제로의 전환이라는 당의 결정이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이행과 로드맵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경제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북한이 이를 좇아가는 듯한 연출은 중국의 대북 외교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대북 민간 투자 제안을 해놓은 시점에서 중국 역시 북중 간 경제협력이 얼마든지 가속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중 간 경제 분야 밀착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영향력을 과시해 한미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도 부합한다. 루캉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이 달성한 중요한 공동 인식을 실천하는 구체적 조치”라며 “중국 내 경제 건설 및 개혁개방의 성취를 참관하고 양당이 ‘치국이정’(治國理政ㆍ시진핑 국가 통치 이념) 경험에 대해 교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경협을 넘어 북중 간 심도 있는 전략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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