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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5달러에 강탈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113년 만에 태극기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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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5달러에 강탈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113년 만에 태극기 펄럭인다

입력
2018.05.15 16: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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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때 2만5000달러에 매입

궁궐 예산의 절반 수준 거액

외교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 보존

22일 개관하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외부 전경.
22일 개관하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외부 전경.

1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로건서클 역사 지구. 미국 남북전쟁 직후 조성돼 유럽식의 고풍스런 건물들이 남아 있는 이 거리에 대미 외교의 전초 기지였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113년 만에 다시 태극기를 게양할 채비로 분주했다. 백악관에서 북동쪽으로 1.5㎞ 떨어진 이 곳은 대한제국 첫 주미 공사 박정양, 초대 서기관이던 월남 이상재 선생 등이 거쳐가며 한미 외교 관계의 씨앗을 뿌린 무대이면서도 일제 강점으로 그 꿈이 좌절된 아픈 역사의 장소다.

6년간의 복원 작업 끝에 역사박물관으로 재단장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정식으로 문을 여는 것은 22일. 미국과의 첫 외교관계 수립일인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36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날이어서 문 대통령이 개관식에 참석할 지도 관심이다.

188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이 완료됐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오는 22일 개관식을 열고 박물관 역할로 일반에 개방된다. 사진은 접견실.연합뉴스
188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이 완료됐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오는 22일 개관식을 열고 박물관 역할로 일반에 개방된다. 사진은 접견실.연합뉴스

역사박물관 새단장 22일 개관

방미 文대통령 참석 여부 주목

이상재 선생 증손이 국기 게양

지상 3층의 후기 빅토리아 양식의 벽돌 건물인 공사관은 1877년 남북전쟁 참전 군인 출신 정치인인 세스 펠프스가 저택으로 건립했던 곳으로 1882년 미국과 수교한 조선이 1889년 2월 이 곳에 주미공관을 설치했다. 위탁 관리를 맡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오수동 미국사무소장은 “당시 2만5,000달러에 건물을 매입했는데 궁궐 예산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한다”며 “고종이 대미 외교에 얼마나 기대를 걸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1905년 을사늑약 체결로 대한제국이 일제에 외교권을 뺏기면서 공사관 기능이 정지됐고 1910년 한일강제병합 후 일본이 단돈 5달러에 청사를 매입해 미국인에게 10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미군 휴양시설, 운수노조 사무실, 개인 주택으로 등으로 쓰이던 이 건물을 문화재청이 2012년 350만 달러에 매입하면서 우리 정부 품으로 돌아왔다. 공사관 청사는 현존하는 대한제국 외교공관을 통틀어 유일하게 원형을 간직한 단독건물이란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크고, 워싱턴 내 19세기 외교공관 중 내외부 원형이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로 확인돼 미국 외교사적 측면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22일 열리는 개관식에서 국기 게양은 이상재 선생의 증손이 직접 맡는다.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와 김종진 문화재청장,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 박정양 초대 공사의 후손, 현지 교민 등도 참석한다. 공사관은 매주 월요일만 빼고 연중무휴로 일반에 무료 개방된다.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하는 안내 해설사가 배치되고 인터넷 사전 예약(www.oldkoreanlegation.org)과 현장 접수 방식으로 운영된다.

글ㆍ사진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1888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활동하던 박정양 초대 주미 대한제국공사(앞줄 가운데)와 공관원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1888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활동하던 박정양 초대 주미 대한제국공사(앞줄 가운데)와 공관원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전시된 이범진 제9대 주미 대한제국공사 부부와 차남 이위종의 사진. 워싱턴DC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이위종은 후일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참석하고 이 공사는 초대 주러시아 공사로 활동하지만, 경술국치에 좌절해 자결한다. 오른쪽 사진은 제4대 공사인 이채연이 공관원으로 부임했을 때 촬영한 사진. 연합뉴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전시된 이범진 제9대 주미 대한제국공사 부부와 차남 이위종의 사진. 워싱턴DC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이위종은 후일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참석하고 이 공사는 초대 주러시아 공사로 활동하지만, 경술국치에 좌절해 자결한다. 오른쪽 사진은 제4대 공사인 이채연이 공관원으로 부임했을 때 촬영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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