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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면서 당당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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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면서 당당해졌어요”

입력
2018.05.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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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기장인문도시지원사업단

장애인 대상 시 교육, 시집 발간

부경대 제공.
부경대 제공.

대학이 장애인을 찾아가 시를 가르쳐 공동시집을 가진 어엿한 시인으로 만들어 화제다.

부경대는 기장인문도시지원사업단이 부산ㆍ경남지역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 창작 교육프로그램인 ‘시랑 놀기’를 운영하며 ‘다! 시(詩)다’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교육프로그램에 참여, 시집까지 내게 된 이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부산직업능력개발원 소속 교육생 강은진씨 등 29명.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12주 동안 매주 월요일 ‘시랑 놀기’ 강의실에서 처음으로 시를 배워 시를 썼다.

시집에서 박정민씨는 ‘시선’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쑥덕쑥덕 속삭속삭 속상속상 그때마다 술 한 잔 먹고 싶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일반의 시선에 일침을 날렸다. 신민준씨는 시 ‘눈’에서 ‘나는 사람들의 눈이 무섭소. 그 눈이 차가운 눈(雪) 같은 느낌이라오’라고 써 독자들을 울렸다. 방현주씨는 시 ‘방현주에게’에서 ‘현주야 세상이 무섭니 무슨 죄 있어 남들 다 걷는 걸음도 못 걷니 그래도 말은 잘 할 수 있잖니 하늘은 네 아픔 알지 않겠니 다음 생에는 하늘 나는 새가 돼 저 하늘 맘껏 날아다니자’며 장애인으로 사는 고통과 희망을 읊었다. 김영민씨는 ‘지렁이’에서 ‘밟지 마세요. 꿈틀, 지렁이도 슬퍼요. 나도 친구들이 있어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요’라고 썼다.

시는 시화전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기장군청 로비에서 시작된 시화전은 17일까지 열리며, 정관도서관에선 18일부터 27일까지, 부산직업능력개발원에선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등 3곳에서 열린다.

강의를 진행한 김순아 강사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내면의 목소리를 시로 표현하면서 당당해지는 마음을 느꼈다”며 “시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과 남, 자연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주관 부경대 기장인문도시지원사업단은 2016년 7월부터 인문학으로 기장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다양한 강좌와 체험활동, 축제 등 인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받아왔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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