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피언십 전패 2부 강등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위대한 여정을 마쳤다.
백지선(51)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월드챔피언십(톱리그)까지 ‘꿈의 무대’를 숨 가쁘게 달려왔다. 비록 올림픽 4전 전패, 월드챔피언십 7전 전패로 승리의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세계 최강 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과 직접 부딪치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귀화 선수 브라이언 영(32ㆍ대명 킬러웨일즈)은 월드챔피언십 일정을 마친 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월드챔피언십은 올림픽보다 더 도전적인 대회였다”며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경험이 됐고,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동안 대표팀이 달려온 과정은 기적에 가까웠다. 성인 등록 선수 233명, 실업팀 3개(안양 한라ㆍ하이원ㆍ대명 킬러웨일즈)에 불과한 한국 아이스하키는 백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2014년 당시만 해도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3부리그)에 머물렀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지난해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2위 자격으로 월드챔피언십 티켓을 따냈다.
한껏 고무된 대표팀은 올해 2월 안방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에서 선전했다. 체코를 만나 선제골을 넣었고, 2014 소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핀란드전에서 0-3으로 뒤지다가 두 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자신감을 쌓은 뒤 월드챔피언십에서 ‘잔류’를 목표로 투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올림픽 때 불참했던 NHL 선수들이 출전한 월드챔피언십 무대는 차원이 달랐다. 핀란드(1-8)전을 시작으로 캐나다(0-10), 라트비아(0-5), 독일(1-6), 미국(1-13), 덴마크(1-3)에 내리 패했고 15일 잔류 희망이 남은 노르웨이와 최종전에서도 0-3으로 졌다. 이로써 B조 최하위로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꿈 같은 시간을 보낸 대표팀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일단 내년 세계선수권 2부리그에서 다시 2020 월드챔피언십 재승격을 노리고, 그 이후로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자력 출전에 도전한다. 평창올림픽 때는 개최국 자동 출전권으로 나갔다. 2022 베이징으로 눈을 돌린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오는 8월 계약이 만료되는 백 감독과 계약 연장을 추진해 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에서 쌓은 소중한 유산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계획이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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