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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때 집단 성폭행 당한 여고생은 그만 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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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때 집단 성폭행 당한 여고생은 그만 미쳐버렸다”

입력
2018.05.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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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218명, 행방불명 363명 등 7,200여명의 피해자(2001년 집계 기준)를 남긴 5ㆍ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수사관들이 무자비한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한 피해자는 집단 성폭행으로 정신질환을 앓게 돼 38년이 지난 지금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5ㆍ18 부상자동지회장을 지낸 이지현씨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 피해에 대해 알렸다. 이씨에 따르면 광주에 계엄군이 투입된 직후인 1980년 5월 19일, 고교 1학년이던 A씨는 귀가 길에 군인들에게 두들겨 맞고 트럭에 태워졌다. 여성 서너 명과 야산으로 끌려간 A씨는 군인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A씨는 웃다가 울다가 횡설수설을 하는 등 미쳐버렸다. 상태가 워낙 심각해 정신병원에 입원해도 두어 달 만에 쫓겨나기 일쑤였다.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갔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A씨를 계속 거둬주는 곳은 없었다. A씨는 결국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A씨와 같은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고 이씨는 주장했다. “어떤 사람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또 어떤 사람은 미쳐 돌아다니다가 분신자살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 김소형씨를 안아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 김소형씨를 안아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성폭행 피해자를 비롯해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아픔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씨는 “피해자들이 5월만 되면 지긋지긋한 5월병을 앓는다. 그 당시 악몽에 시달리는데 A씨도 최근 5월병이 도졌다. 치료할만한 곳도 없고 가슴 아픈 사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는 “1989년 5공 청문회 때 얘기하려고 했지만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이 ‘아무리 (계엄군이) 악랄해도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며 얘기하는 것을 굉장히 꺼려했다”면서 “1995년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 때도 밝혀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계엄군 등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가 진상조사에 나선 만큼 이번에는 진실이 밝혀지기를 피해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까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신군부가 군대를 동원해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광주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한 사건이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자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그 해 12월 12일 쿠데타를 일으켜 군부를 장악했다.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더 후퇴할 것을 우려해 신군부 집권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집회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신군부는 1980년 5월 18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민주화운동이 활발하던 광주에 계엄군을 투입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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