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서 ‘쌍용’의 족적은 길고 짙다. ‘쌍용’은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과 측면 공격수 이청용(30ㆍ크리스털 팰리스)의 이름을 합친 말이다. 기성용이 빠른 1989년생이라 동갑인 둘은 ‘영혼의 단짝’ ‘바늘과 실’로 통한다.
두 선수는 2006년 FC서울에서 처음 만나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꿈을 키웠다. 2007년 나란히 팀의 핵심 선수로 도약했고 2008년 태극마크도 함께 달았다. 2009년 여름 이청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으로 이적했고 4개월 뒤 기성용도 스코틀랜드 셀틱 유니폼을 입으며 비슷한 시기 유럽 무대를 밟았다.
한국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의 역사를 쓸 때 기성용은 2도움, 이청용은 2골로 맹활약을 펼쳤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도 나란히 발탁돼 팀을 이끌었지만 조별리그 참패를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둘의 처지는 180도 달라졌다. 신태용호의 ‘주장’ 기성용은 여전히 팀의 중심이다. 지금까지 A매치를 99경기 뛴 그는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하다. 14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 때 “기성용 파트너로 누구를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신태용(49) 감독이 “기성용 파트너란 표현은 다른 선수들을 생각해 삼가 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반면 이청용은 경기 감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올 시즌 리그에서 겨우 7경기 나섰고 선발은 단 1번이었다. 출전 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이청용이 다른 팀에 있었다면 경기를 뛰었을지 모른다. 두 번의 월드컵 경험이 있다. 놓칠 수 없었다”며 과감하게 명단에 포함시켰다. 기성용 역시 코칭스태프에게 “팀에 이청용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 감독은 이날 발표한 28명 중 남은 훈련과 두 차례 국내 평가전을 통해 5명을 제외하고 23명만 추려 다음 달 3일 오스트리아 전훈지로 출국할 계획이다. 러시아에서도 ‘쌍용’이 뭉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이청용에게 달려 있다. 소속 팀 일정을 모두 마치고 14일 귀국한 그는 “저를 향한 우려는 충분이 이해 한다. 앞으로 경기력과 경기 외적인 부분 모두 헌신하고 희생하겠다. 월드컵은 한 팀이 되는 것이 중요한 데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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