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ㆍ간염 등 감염 우려
매년 1000명 이상 후유증
바늘 교체할 필요 없어
감염ㆍ찔림 위험 줄여
“인턴, 간호사, 전공의,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경미화원까지 주사침에 찌르는 사고를 당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이 지난 국립중앙의료원 국정감사에서 밝힌 말이다. 이처럼 부주의한 주사기 사용으로 주사침에 찔리는 후진국형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기는커녕 매년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을 통해 신생아 집중치료처치실 환자, 소아ㆍ성인 중환자실 환자, 암환자 등 중증 질환자 및 중증 수술환자는 우선적으로 이런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일체형 필터주사기 사용을 권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미국병원약사회(ASHP) 등도 오래 전부터 미 일체형 필터주사기를 권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주사기침 자상(刺傷)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일체형 필터주사기 사용이 점점 늘고 있다.
해마다 늘고 있는 주사침 찔림 사고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274건의 주사침 찔림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에 80건, 2015년 84건, 2016년 11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사침 자상 사고 중 4대 혈액 매개 질환(에이즈, C형 간염, B형 간염, 매독) 사고는 최근 3년간 114건이 발생됐고,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관련 주사침 사고도 35건이나 됐다.
대부분 날카로운 칼이나 주사기 사용 부주의로 인해 일어나는 주사침 찔림 사고는 에이즈나 간염 등 혈액매개 감염 질환에 노출돼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의료진의 부주의한 주사기 사용으로 감염이나 합병증을 경험한 환자 수는 지난 4년간 80%나 증가, 연간 1,000명을 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간한 ‘환자안전 강화를 위한 주사제 안전사용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주입ㆍ수혈 및 치료용 주사로 인해 감염이나 합병증, 공기색전증을 앓는 사람이 2011년 591명에서 2015년 1,065명으로 80% 증가했다. 특히 ‘혈관성 합병증’을 겪은 사람은 162명에서 303명으로 4년간 87% 늘었다.
최근 1년 이내 주사제 투약 및 관리ㆍ감독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약사 등 486명을 조사한 결과,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아직도 주사약 분할 사용, 주사기 재사용 등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찔림 위험 줄인 ‘일체형 필터주사기’ 나와
주사기는 교체형 필터주사기와 일체형 필터주사기로 나뉜다. 교체형 필터주사기는 주사침 허브나 주사침과 주사기 사이에 커넥터형으로 필터가 삽입돼 있어 주사액을 흡입할 때 이물질을 걸러준다. 반면 일체형 필터주사기는 주사기 안에 필터가 삽입돼 있어 주사액을 인체나 기구에 주입할 때 이물질을 걸러준다.
교체형 필터주사기는 주사액을 흡입한 뒤 환자나 다른 용기에 주사액을 주입할 때는 주사바늘을 빼거나 갈아 끼워야 한다. 교체형 필터주사기는 주사액을 주입하기 전에 주사바늘을 빼거나 새로운 주사바늘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손으로 만져야 하므로 감염되거나, 주사바늘에 찔릴 위험이 높다.
교체형 필터주사기의 단점을 보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일체형 필터주사기다. 일체형 필터주사기는 바늘을 교체할 필요가 없어 손으로 만질 필요가 없어 감염을 예방할 수 있으며, 바늘에 찔릴 위험성도 낮다. 또한 바늘을 바꿀 필요가 없어 의료진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처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일체형 필터주사기는 유리앰플을 자를 때 유리조각이 주사액에 섞여 인체에 들어 오는 것을 필터가 걸러 주는 장점도 있다.
교체형 필터주사기는 주사기로 약물을 빨아들일 때와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할 때 다른 바늘을 쓴다. 주사 한 번에 바늘 두 개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일체형 주사기는 약물을 빨아들이고 주입할 때 바늘을 갈아 끼울 필요가 없다. 일체형 필터주사기업체 관계자는 “일체형 주사기는 비용 절감은 물론 바늘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일부에서 일체형 필터주사기가 유리앰플에 든 주사액을 흡입할 때 유리가루가 바늘 내부와 외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근거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는 게 일체형 주사기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약물 흡입 시 흡입 압력에 의해 주사바늘 내부에 있는 주사액까지 주사기 안으로 흡입되며, 일부가 남아 있다고 해도 그 양은 무시할 정도로 지극히 적다는 얘기다. 현재 필터주사기에 사용되는 필터지 기공의 크기는 5㎛ 이하로 정해져 있고, 여과성능은 90% 이상으로 관리되고 있다. 즉 5㎛ 이상의 입자를 9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면 합격 판정된다. 일체형 필터주사기도 이 같은 기준에 적합한 제품만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미국에서 첫 개발된 일체형 필터주사기가 국내에서는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데다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아직 일반화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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