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16년 4월 총선 직전 북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을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4일 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에는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국정원 해외정보팀장 정모씨 등이 포함됐다. 민변은 “이 전 원장 등은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을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대한민국에 강제 입국케 하고, 이를 선거에 이용했다”며 “입국 이후 이들을 집단 감금하고 변호인 접견도 거부해 접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종업원들이 자유의사로 집단 탈북했다고 밝혔지만 20대 총선 직전이어서 ‘기획 탈북’ 의혹이 일었다. 또 유엔인권보고관이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출석해 “일부 종업원은 집단탈출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진술이 있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정부의 후속조치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한 방송이 북한 식당 지배인으로 탈북을 지휘한 허강일씨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기획탈북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허씨는 당초 본인과 아내만 오기로 했으나, 국정원이 “종업원을 다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종업원들도 “목적지를 모른 채 따라왔다”고 말하는 등 정부 발표와 다른 정황들이 드러났다.
이들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기획 탈북은 국제범죄에 해당된다. 비록 허씨의 협박에 따른 것이라 해도 탈북 과정에서 종업원 본인 의사를 확인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더욱이 당시 통일부는 국정원 조사과정의 진술 내용에만 의지했을 뿐, 국내로 들어온 종업원들을 상대로 개별 의사를 확인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제라도 진상규명을 서둘러야 한다. 종업원 전수조사를 통한 탈북 자유의사 확인이 우선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총선 활용을 위한 기획 탈북 여부도 가려야 한다. 다만 탈북 종업원과 북한의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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