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병원 손 든 2심 판결 파기환송
김모(62)씨는 1998년 충남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병원이 패혈증 응급치료를 제때 못한 ‘의료 사고’였다. 이듬해 김씨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약 4년의 법정다툼을 벌여 2003년 7월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씨의 남은 수명을 2004년 4월까지로 추정하고 치료비, 위자료, 간병비용 등을 지급하란 대법원 주문이 나왔다.
하지만 김씨가 예상수명을 넘겨 살게 되자 가족은 추가 소송을 냈고, 법원은 김씨 생존을 전제로 2012년 6월까지 치료비와 2037년 9월까지 간병비 등을 병원에 부담하게 했다. 이후에도 김씨는 계속 생존했고, 2014년 세 번째 소송을 냈다. 법원은 김씨 가족의 생계비 일부를 배상하라고 했지만 향후 치료비 등 청구는 앞선 두 번째 판결 효력에 어긋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병원은 판결 범위를 넘어선 진료비 980만원을 내라며 김씨 가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병원의 진료비 청구를 물리치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의료 사고로 인해 병원이 배상해야 할 치료비와 간병비 등은 두 번째 소송에서 확정됐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김씨는 치료비 등을 이중으로 배상 받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며 병원 손을 들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깼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의료진 과실로 회복 불가능해진 환자 치료는 병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 전보에 불과해 진료비 등을 청구할 수 없다”며 사건을 대전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앞선 2차 소송의 확정판결이 있었다 하더라도 김씨의 배상청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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